OPEC 임시각료회의|유종간 가격차 축소가 주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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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소집된 73차 OPEC 임시각료회의는 석유가격의 인하나 산유량의 재조정보다는 경질유·중질유등 각 유종간의 가격차이를 좁히기 위한 가격체계 재조정에 주력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총회에 제의될 타협안을 마련하기 위해 27일 상오와 하오 두차례에 걸쳐 마라톤회의를 가진 OPEC 7개국각료로 구성된「가격차이 조정위원회」(Differential Committee)는 이날 유종간의 가격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회의를 주재한「야마니」사우디아라비아 석유상은 OPEC석유가격의 기준이 되고있는 아라비안 라이트(경질유)의 가격문제가 거론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모든 문제가 논의됐다』고만 답변했다. 가격체계 재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있는 나이지리아의「데이비드·웨스트」석유상은『아주 잘 풀려나가고 있다』고 말해 의견이 좁혀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석유가격체계가 이번 회의에 있어 중심과제가 된 것은 나이지리아 등의 산유할당량 초과생산, 기준공시가격 이하의 덤핑 판매등 OPEC의 단결을 깨뜨리는 근본적인 불안정 요소 때문이다.
현재 OPEC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되는 경질유 배럴당 29달러를 기준으로하여 각기 그 품질에 따라 30달러에서 26.25달러의 차등 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준유가는 29달러이지만 유황분이 적게 포함된 고급경질유는 배럴당 30달러, 유황분이 아주 많은 중질유는 26.50달러가 OPEC가 채택하고있는 가격체계다.
이는 유황분이 적게 함유된 경질유가 정유가공하기 손쉬웠던데서 비롯된 가격체계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정유공장시설이 개선돼 중질유를 가지고도 종래의 경질유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정유제품을 처리해 낼수 있게됐다.
이에따라 석유회사들은 값비싼 경질유보다는 가격이 훨씬 유리한 중질유쪽에 몰리게 됨으로써 경질유의 가격경쟁이 약화된 것이다.
품질좋은 북해유전의 비OPEC국가인 영국·노르웨이가 석유가격을 인하하고 0PEC회원국 나이지리아가 이를 뒤따르며 OPEC의 가격체계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OPEC기준가격보다 2∼2.50달러 낮게 현물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소비가 감소된 시장에서 판로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OPEC 가격체계로는 3.75달러의 경질유와 중질유의 가격차이가 1.50달러로 줄어들었다.
경질유생산국인 나이지리아·알제리등이 OPEC가격체계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시장현실을 반영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더라도 중질유국가들은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자신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꺼리는데 OPEC분쟁의 불씨가 숨어있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이란등이 중질유의 가격을 인상해서 가격차이를 좁히자는 주장에 극히 소극적이다.
따라서 타협안으로서 나올수 있는 임시방편으로는 현재 배럴당 3.75달러의 유종간 가격차이를 2.50달러로 좁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기준공시가격 배럴당 29달러를 고수하면서 시장의 현실대로 가격차이를 1.50달러폭으로 줄이는 것은 중질유가격을 2.25달러 더 올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따른다.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에 있는 가격을 평균적으로 인상하는 그런 모순을 가져올뿐더러 중질유산유국의 판로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26일 별도로 열렸던 OPEC시장조사위원회를 끝낸 뒤 아랍에미리트연방의「오테이바」석유상이『가격과 산유량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격구조에 손질을 가하자는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한데서 가격인하 가능성을 애써 부인하려는 인상을 주었다.
어쨌든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13개국 석유상들은 가격체계를 재조정해야한다는 필요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것이 분명한 것 같다. 만약 28일의 총회에서 가격체계조정에 실패한다면 OPEC의 결속은 지금보다 더욱 약화될 것이고 지금까지 산유량이나 가격에 관한 합의는「문서상」으로만 유효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네바=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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