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5곳 중 1곳,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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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아파트단지 5곳 중 한 곳은 아파트 관리를 위한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는 등 회계투명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해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외부회계감사에서 감사를 받은 아파트 8919개 단지 중 19.4%인 1610개 단지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300세대 이상 외부감사 의무화…지난해 첫 실시
k-apt 사이트에서 단지별로 감사결과 확인 가능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경찰청과 합동으로 외부회계감사에 대한 실태 점검과 별도의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매년 10월 31일까지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다. 이에 해당하는 아파트 9009곳인데 이중 18개 단지를 제외한 8991개 단지(99.8%)가 지난해 외부회계감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중 19.4%인 1610개 단지가 관리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거나, 관련 서류를 갖추지 않는 등 회계관리가 적정하지 않다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이와 관련해 "상장기업 회계처리부실 비율이 1%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금번 회계감사에서 부조리·비리 등 문제점이 드러난 단지는 해당 지자체를 통해 집중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계감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단지 중 50% 정도인 833개 단지가 받은 지적사항 1177건을 정부가 분석한 결과 '현금흐름표 미작성'이 4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회계자료 누락, 항목·분류 부적정'이 18.2%를 차지했다.

충남의 한 아파트에선 2011~2014년간 아파트 관리 통장에서 3억7000만원이 관리소장 개인 계좌로 이체되는 등 약 20억원의 자금이 부정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북의 한 아파트는 회계장부상의 아파트 예금과 실제 금액에 차이가 나는 등 약 1억2000만원의 자금이 횡령됐다는 의심을 샀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선 아파트 관리자금 1500만원을 부녀회가 관리하며 임의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간 전국 429개 단지를 점검해 1255건의 비위 또는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한 아파트는 2013~2015년 기존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3차례에 걸쳐 모두 1600만원 상당의 승강기를 보수·교체 공사를 맡겼다. 사업자 선정시 2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더욱이 승강기 공사대금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선유지비로 지출하고 이 비용을 입주자에게 관리비로 부과했다.

경남의 한 아파트는 2014년에 전·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권 간의 갈등으로 소송이 나자 소송 비용 1400만원을 아파트관리비에서 임의로 지출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을 실시해 모두 43건에서 153명을 입건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선 주민공동시설인 휘트니스 운영 업체를 선정하면서 참여업체로부터 동대표 등 2명이 로비자금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 비리 근절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감사, 외부회계감사, 경찰청 단속 등 관계기간 간에 협업체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장병채 과장은 "아파트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선 입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아파트의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확인하는 등 적극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첫 시행된 외부회계감사 결과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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