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성우…17주간 미래 그려요 ´농촌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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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왼쪽 첫째) 교육부장관이 4일 금구중의 의상디자인 체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금구중]

지난 4일 오전 전북 김제시 금구면 금구중학교. 본관 2층에 ‘셰프 체험’ 교실이 마련됐다. 서울서 내려온 박준수(온다살몬 레스토랑) 셰프의 지도 아래 농촌 학생들은 처음으로 생선초밥 만들기 체험을 했다.

김제시 금구중학교, 1학년생들 대상
진로 탐색, 미래 설계 프로그램 진행

아이들은 먼저 오른손에 밥을 한 움큼 쥐고 뭉쳤다. “밥알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주문에 따라 살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왼손의 검지 손가락에 생선회 한 조각을 올린 뒤 밥에 붙였다. 다시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활용해 초밥을 눌렀다. 길죽한 사각형 초밥이 만들어지자 “우와, 멋지다” “먹음직스럽다”는 등 감탄사가 쏟아졌다. 20여 명의 학생들은 50여 분 간 연어·광어·유부·새우·날치알 초밥을 만든 뒤 시식도 했다.

이 학교는 이날 셰프 외에도 3D 프린팅과 패션 디자인·보석디자인·방송국 성우 등 체험 교실을 함께 꾸몄다. 대학 교수와 방송국의 성우·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직업을 소개했다.

며칠 전 중학생이 된 1학년 장민서(13) 양은 “TV 드라마를 보면서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니 요리사가 더 멋지다는 걸 알게 되었다”며 “셰프 선생님이 알려 준 대로 공부하고 준비해 대한민국의 대표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금구중학교는 각 학년별로 2개 반씩, 전교생이 1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 학교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아주는 자유학기제의 전국 모범 사례로 주목받는다. 자유학기제는 폭넓은 학습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탐색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진로교육 등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금구중은 지난해부터 1학년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을 공부하지만 오후에는 진로탐색과 예체능 교육,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펼친다.

진로교육의 경우 17주에 걸쳐 적성 검사와 탐색, 미래 설계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관심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독서를 하고 진로 설계 노트를 쓴다. 또 서울의 잡월드에 가 현장 체험을 해 보고, 학기 끝 무렵에는 스스로 기획한 진로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처럼 알찬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 4일 이 학교를 찾은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금구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내실있게 운영하는 모델 케이스”라고 칭찬했다.

김판용 교장은 “학생들은 흥미진지한 수업에 만족도가 높고, 교사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 연구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등 농촌학교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자유학기제=학생들에게 시험부담 없이 자신의 꿈을 찾는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교과 내용이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으로 채워진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지필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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