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맞은 단원고…뿔뿔이 흩어진 교실, 곳곳 공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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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을 마친 단원고 학생들이 선배들이 사용했던 존치교실(4·16 기억교실)을 지나가고 있다. 학교에는 명예 3-3반 같은 존치교실이 10개 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이 사용했던 존치교실(4·16 기억교실) 논란 속에 경기도 안산 단원고 입학식이 2일 열렸다.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 교실을 본 신입생 학부모들은 존치교실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존치교실’ 논란 속에 입학식
6자협의체 열어 해결책 모색

 입학식은 이날 오전 10시40분 학교 인근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렸다. 신입생 316명과 재학생, 교사와 학부모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입학식을 마친 학생들은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학교 곳곳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학교에는 모두 40개의 교실이 있다. 이 중 존치교실이 2·3층에 10개가 있다. 단원고는 1·2학년이 각각 12개 학급, 3학년 14개 학급 등 38개의 교실이 필요하다. 공사는 모자란 8개 교실을 임시로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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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물 밖의 컨테이너 교장실. [사진 김현동 기자]

 학교 측은 교장실과 컴퓨터실·교무실 등을 교실로 바꿨다. 기존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교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도 교실을 찾느라 우왕좌왕했다.

 1학년 1반은 교장실이 있던 본관 서쪽 끝에 배치됐다. 반면 1학년 2반 교실은 동쪽 끝에 있다. 교장실은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건물 바깥쪽 컨테이너(가로 3m, 세로 6m 크기)에 마련됐다.

2학년도 비슷하다. 12반은 3학년 교실이 밀집해 있는 4층에 있다. 음악실과 교무실·컴퓨터실을 개조하다 보니 2학년 일부 교실은 복도 창문이 전혀 없다.

 2학년 학생에게 내준 교무실은 건물 동쪽 도서관 안쪽에 16개의 책상을 붙여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당분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다. 1층에 있는 학생식당은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외부 업체에서 급식을 들여와 교실에서 먹어야 한다.

 신입생 학부모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아들을 입학시킨 정광술(57)씨는 “이게 학교냐. 이런 환경에서 공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모(46·여)씨도 “복도에 창문이 없다. 교실을 급조한 티가 너무 난다”며 “ 페인트 냄새, 먼지 등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 이래 놓고 교실을 완비했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명선 4·16 피해자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사랑하는 단원 가족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명예교실을 아직까지 그대로 두고 있는 까닭도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존치교실 문제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46·여)씨도 “이재정 교육감이 교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4·16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등의 말만 하고 갔다”며 “생존 아이들이 졸업하면 교실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 나 몰라라 하는 이유는 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4시간여 동안 도 교육청과 학교,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 등이 참여한 6자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4·16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계획(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존치교실을 임시로 옮기는 방법 등이 논의됐다.

임시시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등 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유가족과 협의 후 결론을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재학생 학부모 측이 제안한 ‘학생회 주관 세월호 추모제’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 설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2차 협의에서 합의점 불발 시 존치교실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유보하기로 했다.

안산=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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