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평점제도] 기존 가입자의 평가 필독! 금융상품 선택 때 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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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만 수백 개, 펀드는 수천 개다. 상품 앞에 달린 달콤한 수식어대로라면 당장 부자가 될 것 같으나 투자 현장에선 늘 성패가 갈린다. 정보의 선별이 쉽지 않다면 이전에 가입한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하는 게 좋다. 평가가 객관적이고 냉정하다면 더욱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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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자산운용사도 기업이다. 하나같이 ‘고객’을 앞세우지만 그들이 내 돈을 받아 선의로 불려줄 거란 순진한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금융회사의 첫째 목표는 투자자의 수익률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이다. 모든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고개를 끄덕일 만큼 솔깃한 얘기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믿을 만한 건 먼저 가입한 사람들의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2013년 9월부터 모든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고객평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직접 만족도를 평가하고, 이후에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이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고객에게서 상품 평가를 받지만 보통은 대면조사를 한다.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KB국민은행 모든 상품에 시행
KB국민은행의 고객평점제도는 온라인으로 운영한다. 비교적 냉정한 평가가 많다. KB국민은행은 금융상품별 고객 평점과 카테고리별 베스트 인기상품까지 모두 공개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이 무조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회사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며 “고객 평점이 낮아 신규 수요가 위축될 위험이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 평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고객이 더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대표적 상품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KB내맘대로적금’이다. 스마트폰·인터넷 전용으로, 적금을 고객의 입맛에 맞게 스스로 설계하는 DIY형 상품이다. 직장인 김정호(31)씨는 새해를 맞아 이 적금에 가입했다.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적금 만기일은 내년 5월 예정된 결혼식에 대비해 3월 10일로 지정했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로 입금할 수 있도록 자유적립식을 선택했다. 우대이율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급여계좌이체와 자동이체 등 여섯 가지를 직접 선택했다.

고객 목소리 반영한 적금 개발
KB내맘대로적금은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상품 설계 과정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피자 만들기’로 이미지화했다. 먼저 피자 가게에 입장해 두 가지 ‘피자 도우’ 중 하나를 선택한다. 자유적립식과 정액적립식 중 한 가지 방법을 고르는 과정이다.

그 다음엔 계약기간(6개월 이상 36개월 이내)과 저축금액(정액적립식은 1만원 이상, 자유적립식은 월 1만원 이상 300만원 이내)을 결정한다. 토핑을 얹을 차례다. 아홉 가지 우대이율 적용 방법 중 여섯 가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급여이체, 카드결제 계좌, 자동이체 저축, 아파트관리비 이체, KB스타뱅킹 이체, 장기 거래, 첫 거래, 주택청약종합저축, 소중한 날 중에서 고르면 된다. 각 0.1%포인트씩 최고 연 0.6%포인트의 우대이율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피싱·교통·여행 네 가지 보험 서비스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피자가 완성된다. KB내맘대로적금 가입자에겐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보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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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내맘대로적금은 3년제 정액적립식 기준, 최고 연 2.7%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우대이율을 직접 선택하고, 무료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출시 3개월도 안 된 1월 말 5만 계좌를 돌파했다. 스마트폰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 속도다.

 고객의 불만을 반영해 개발한 상품인 만큼 고객 평점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냉정하고 철저한 평점을 역으로 이용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 상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 실적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뱅킹을 통해 신규 가입한 예·적금 계좌 수는 143만 계좌다. 금액(잔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34.2%로 2위(20.3%)와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듣기 좋은 칭찬 대신 냉정한 고객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면서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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