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회 인근서 폭탄테러, 군인 등 최소 28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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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터키 앙카라에서 발생한 차량폭탄테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 중이다.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 도심 한복판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다쳤다.

군 관계자 탑승 차량 겨냥한 듯
쿠르드족 반정부 세력 배후 거론

 폭발은 차량 통행이 많은 시각인 오후 6시 30분경 국회의사당과 공군사령부가 인접한 대로변에서 발생했다. 국회의사당에서 약 2㎞ 떨어진 곳이었다.

메흐메트 키리클라 앙카라 주지사는 이번 폭발이 군 관계자들이 탑승한 수송 차량들을 목표로 한 테러로 보인다고 밝혔다. 폭발은 이 차량들이 폭발 지점 앞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발생했다. 터키 민영통신사 도안뉴스는 사상자 대부분이 군인이라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예정돼 있던 아제르바이잔 방문을 취소하고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테러 공격에 맞선 우리의 결연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며 “터키는 언제 어디서나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도 벨기에 브뤼셀 방문을 취소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 반정부 세력을 이번 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터키 당국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반정부 세력과 연계된 시리아계 쿠르드인 사히 네자르(24)의 소행”이라며 “관련 용의자 1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르드족 반정부 세력 중 하나인 쿠르드민주연합의 살리 무함마드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번 테러는 이슬람국가(IS)가 벌인 짓”이라고 부인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10월 앙카라 기차역 폭탄테러와 지난달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광장 폭탄테러의 배후로 IS를 지목한 바 있다.

 터키 정부는 최근 쿠르드족 반정부 세력이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에서 IS를 격퇴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데 우려를 표하며 이들을 향해 여러 차례 공격을 가했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17일 오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북부에 쿠르드족 점령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포격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BBC·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이번 테러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직후 벌어졌다는 데 주목하며 쿠르드계 반군의 보복 공격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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