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꽉 쥔 주먹 한 방의 위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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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쥔 주먹은 느슨한 주먹보다 55% 더 강한 힘으로 덤벨 디스크를 칠 수 있다. 또 주먹이 펼친 손보다 힘이 2배 강하다.

지난밤 술집에서 본 주먹싸움은 그 뿌리를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손이 손재주만이 아니라 신체적 방어, 좀 더 나아가 성선택을 위해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했다는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시신의 손을 사용한 새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인간의 손 구조는 짝짓기를 위한 싸움에서 강한 펀치를 가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 나와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손바닥이 짧고 손가락이 길며 민첩하고 특히 엄지가 유연하다. 그러나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은 이런 손의 구조가 어떻게 좀 더 효율적인 펀치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간의 손은 생체역학적 역설을 보여준다. 손은 인간 행동 대부분에서 매우 중요하다. 식량을 찾아 조리해 먹는 데,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데, 집을 짓는 데, 악기를 연주하는 데, 예술품을 제작하는 데, 복잡한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아기를 보살피는 데 필수적이다. 아울러 손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신체 무기다. 다른 인간을 위협하고 때리고 때로는 목숨을 빼앗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펼친’ 손바닥이나 ‘느슨하게 쥔’ 주먹에 비해 꽉 쥔 주먹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고 강한 무기라는 가설을 시신의 팔을 사용해 실증했다. 시신의 팔을 사용한 것은 부상을 우려해서다.

연구팀은 시신의 팔 8개를 패드를 댄 덤벨 디스크를 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에 넣었다. 연구자들은 엄지가 검지와 중지를 단단히 둘러싸는 주먹, 엄지가 밖으로 향하는 느슨하게 쥔 주먹, 뺨을 치기에 적합한 펼친 손의 형태로 실험했다. 손을 낚싯줄로 고정하고 중수골(손허리뼈)에 스트레인 게이지(변형률계)를 부착해 손의 늘어남과 압축 정도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꽉 쥔 주먹으로 보호된 손은 느슨한 주먹보다 55% 더 강한 힘으로 안전하게 덤벨 디스크를 칠 수 있었다. 아울러 주먹이 펼친 손보다 힘이 2배 강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을 포함해 유인원 대다수 종의 짝짓기에선 수컷끼리의 육체적 경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우리는 꽉 쥔 주먹이 타격시 압력을 줄여 중수골의 부상을 막는다는 가설을 시험했다. 손을 무기로 사용할 때 꽉 쥔 주먹이 중수골 보호에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에 발표된 이 논문은 손 구조의 진화적 변화에 기여한 다른 요인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전적부동(유전자풀에 미치는 영향이 우연하게 변하는 현상)이 그중 하나다. 또 손 부위의 구성 비율 차이는 인간의 발이 걷고 바로 서는 데 적합하도록 변한 진화의 전반적인 적응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인간의 얼굴이 강한 타격에 견딜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다른 가설도 제시했다. 그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의 블로거 브라이언 스위텍은 그 가설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 하나가 코다. 얼굴에서 돌출해 주먹 타격으로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연약한 구조다. 그러나 논문의 선임 저자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는 유인원과 약 400년 전 생존했던 인류의 조상 오스탈로피테쿠스의 경우 평평한 코를 가졌다며 그것이 진화에 따른 변화를 시사한다고 말했다.

- 제시카 퍼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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