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 추종' 인도네시아인 국내 입국 전 테러단체 사상교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에 불법 체류하며 국제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한 인도네시아인 A(33·구속기소)가 입국 전 인도네시아 테러 단체로부터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가 취업비자로 입국한 뒤 제주도로 한정된 체류지역을 무단 이탈해 전국을 돌아다닌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4일 “A가 국내 입국 전 인도네시아 테러단체인 제마이슬라미아(JI)의 사상교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인도네시아 정보기관에서 확인한 내용이라고 한다. JI는 2002년 인도네시아 휴양지인 발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단체다. 이 테러로 총 202명이 숨졌다.

A가 2007년 10월 체류 지역을 제주도로 한정한 취업비자로 입국한 뒤 이를 어기고 전국 곳곳을 다녔던 사실도 드러났다. 테러단체의 교육을 받은 불법체류자가 8년이나 제약없이 국내를 활보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국가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사 이미지

2015년 4월, 북한산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누스라`의 깃발을 들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A씨. `알라 외에는 신이 없다.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라는 뜻의 아랍어 밑에 `자브하트 알누스라(알누스라 전선)`라고 적혀 있다. [사진제공=A씨 페이스북]

실제 A는 알누스라 전선 깃발을 들고 인왕산과 북한산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으며 경복궁에서도 이 단체의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에 등장한 알누스라 전선 깃발은 지난해 6월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에게 우편으로 보냈다고 한다. 또 지난해 11월 출입국 관리법 위반과 총포·도검류 등 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충남 등지의 제조 공장에서 돈을 벌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A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총 11회에 걸쳐 지하드(이슬람 신앙을 전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전쟁) 자금 모집책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200여 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돈은 시리아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인 사업가를 거쳐 시리아 내전에 참여하는 인물에게 보내졌다고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하는 인도네시아인 3명과 국내에서 만나 단합대회까지 했다고 한다. 이 3명은 출입국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추방됐다.

▶관련 기사깃발로 구분하는 IS·탈레반·알카에다…IS와 알누스라의 차이점

검찰 관계자는 “A의 테러단체 추종 사실이 드러났지만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장 내용도 변경할 수도 없다.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양형에라도 반영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에 한해 제한적으로 수사 내용을 밝혀왔던 검찰이 재판 중인 인물에 대한 추가 조사 내용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의 입법을 촉구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도 “테러 관련 법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