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미생과 응답하라 1988과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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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16강전 2국> ○·장웨이제 9단 ●·김동호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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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보(141~154)=귀살이의 권리를 남겨두고 43으로 손을 돌린다. 이 접전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51까지 상변 본진과 연결한 것뿐인데 김동호의 표정은 밝다. 형세가 좋다는 뜻이겠지? 우하귀는 패의 형태지만 ‘참고도’ 백1이면 흑2로 백 전체를 노리는 생사패가 돼 결행하기 어렵다.

새해 들어 바둑이 계속 화제다. 책으로 묶여 2014년 최고 판매부수를 기록한 웹툰 미생(未生)은 시즌2를 열었고 1980년대의 아련한 추억 속에 프로기사의 삶과 승부를 녹여낸 케이블 드라마 ‘응팔(응답하라 1988)’은 최고의 시청률로 바둑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네이버 검색 랭킹에 바둑과 관련된 이름이 셋(1위 이세돌, 3위 이세돌-커제, 5위 바둑TV)이나 올라간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세돌과 중국의 커제가 겨룬 세계최강 결전(몽백합배)에 대한 관심 때문이겠으나 그 배경에 ‘미생’과 ‘응팔’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국바둑의 행운은 계속될 것 같다. ‘응팔’이 끝나고 몽백합배 최종국에서 이세돌이 안타까운 반집 패배로 밀려난 뒤 또 하나의 화제가 꼬리를 물었다.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프로 판후이를 5-0으로 눕히고 이세돌에게 100만 달러(12억 원)의 대결을 제안해온 것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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