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과학이] '척척박사' 탄산수소나트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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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우리 가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주목받지 않으면서 쓰임새가 큰 것으로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 있다. 중탄산소다 혹은 식소다로 불리기도 한다. 이 중탄산소다는 수퍼마켓 등에서 60g에 2백원 정도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약염기성으로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한다. 약 50도에서 이산화탄소를 잃기 시작해서 1백도에서는 탄산나트륨(Na2CO3)로 완전 분해된다. 물 속에 녹아 있을 때는 20도부터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면서 분해되기 시작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주방에서 빵을 구울 때 빵을 부풀리는 데 쓰이는 일명 베이킹소다의 주성분이다. 밀가루 반죽시 첨가된 베이킹소다의 탄산수소나트륨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것이 빵을 맛있게 부풀게 한다.

탄산수소나트륨 가루는 오븐 속의 기름 때를 제거하는 데도 사용된다. 기름과 작용해 비누와 같은 성분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세정작용을 한다. 또 탄산수소나트륨 가루는 눌어 붙어있는 기름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연마제 역할을 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기계적 강도가 약해 오븐 표면에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설탕과 탄산수소나트륨을 국자에 넣고 저으면 이산화탄소가 발생, 부풀어오르면서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뽑기'도 된다.

간단히 소다수도 만들 수 있다. 레몬 주스나 오렌지 주스에 탄산수소나트륨을 약간 넣으면 주스 속의 산과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며 시원한 소다수로 바뀐다. 탄산수소나트륨을 너무 많이 넣으면 쓴맛이 난다.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될 때 먹는 제산제도 이 성분을 사용한다. 탄산수소나트륨을 뭉친 알약은 위산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탄산수소나트륨은 신발 속의 악취를 제거하는데 쓰인다. 여름에는 신발이 하루만 지나도 악취가 발생하는데 전날 저녁 헝겊에 탄산수소나트륨을 싸서 신발 속에 넣어두면 다음날 아침에 악취가 사라진다.

탄산수소나트륨의 용도는 이것뿐 아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화산모형 실험에도 재미있게 쓰일 수 있다. 찰흙으로 만든 화산 모형에 구멍을 만들고 이 곳에 빨간 색소와 탄산수소나트륨을 넣고 약간의 세제를 섞은 후 식초를 소량 부으면 진짜 용암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모양이 된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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