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서 얻는 소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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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30면

커뮤니케이션학 만큼 주목을 받고 성장한 분야도 없다. 요즘 지하철 객실에서 스마트폰 소리와 화면에 대해 몰입하는 풍경 못지않은 주목이었다. 1900년을 전후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가치·기능·영향을 인식하고 그 매력에 빠진 것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정보학·정치학·사회학·사회심리학·언어학·경영학, 심지어 수학과 공학 등 다른 분야의 잘 나가는 전문가들이 새로운 신천지를 찾아 마차를 타고 서부로 떠났던 수많은 개척민들처럼 속속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몰려들었다.


커뮤니케이션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중요한 이유 하나를 생각해 본다면 본질적으로 소통을 지향하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때의 소통은 동일 분야 안에서의 여러 요소들 간의 소통과 다른 이질적인 분야 간의 소통을 망라한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소통이다. 소통이 아닌 불통이 정파, 노사, 복지, 세대, 갑과 을, 학연, 지연, 이익, 나이, 직업, 계층, 관계 등의 요인에 따라 편재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결여는 불통·불만·불신·적대감을 낳아 대한민국이 건강한 민주공동체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 소통의 문제를 어디서 누가 지적하더라도 언제나 맞는 답답한 현실이다.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소통의 지혜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첫째는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편리하고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보는 생각이다. 직립 원인으로서 인간은 말(馬)과 동력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신체를 사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교통의 양과 질을 획득했다. 이제 인간은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수단을 보유함으로써 정보의 교통에서 놀랍도록 효율적인 환경을 구축했다.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국민들이 최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리한 교통수단처럼 소통도 자유롭고 편하게 선택하고 타고 내리고 또 갈아탈 수 있도록 문화적 분위기를 갖추어야 한다. 교통에 문제가 생기면 큰 사고가 일어난다.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가 굴러가지 못하고 정지한다.


둘째는 커뮤니케이션을 '사회의 신경'(nerves of society)으로 삼는 지혜이다. 신경계는 임무와 기능이 다른 인체의 각 기관(계)을 연결하여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중추신경계는 주위 환경에 의한 자극과 정보의 통합과 조절을 담당하고, 말초신경계는 자극이나 정보가 중추신경계로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사회가 잉태하거나 산출하는 자극과 정보를 유입하고 유출하는 역할을 통해 적절한 통합과 조정이 이루어지게 한다. 따라서 사회의 신경계로서 자극과 정보, 통합과 조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지혜를 소통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소통의 지혜를 무시하면 어떤 유기체도 작동하지 못하고 마비되거나 사망에 이른다.


셋째로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나와 상대가 공유하는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발상을 배워야 한다. 소통은 자신만의 의미(meaning in self)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의미(meaning between people)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바람대로만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소통은 일시적이고 한정적이다. 상대의 말은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 해놓고 소통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면 무지몽매한 오산이다. 권위주의의 민낯인 ‘갑(甲)질의 횡포’일 뿐이다. 경청과 배려 없이는 공통의 의미를 공유할 수 없다. 소통은 우리가 함께 참여한다는 역할감을 선사함으로써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이다.


김정기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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