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홍대 앞 '차세대 간판스타' 재주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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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여 년 전 새로 지은 건물의 냄새가 채 빠지지 않은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어느 공터. 모여 놀던 아이들은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놀이터 대신 학원으로 향했지만 친구들과 놀던 날을 그리워하며 공터를 계속 찾던 소년이 있었다. 박경환(23)과 유상봉(23).

이들은 그곳에서 음악을 나눠 들었고, 갓 배우기 시작한 기타를 함께 쳤다. 성인이 되어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들에게 제작자이기도 한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는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둘 다 "제주도가 좋아서" 제주도의 대학에 다니는, 엉뚱하지만 '재주가 많은 소년들'이란 의미였다. 이들도 한때는 그저 홍대 앞을 동경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홍대 앞 또 하나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2003년 발매한 첫 앨범 '재주소년'은 입소문만으로 1만 장 이상 팔렸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대박'으로 통하는 기록이다. 두 번째 앨범 'Peace'로 지난 가을의 절정을 물들였던 그들이 이 겨울의 복판에서 두 번째 콘서트를 마련한다.

"1부에서는 우리 둘만 무대에 올라 겨울에 대한 곡들을 연달아 불러요. 2부는 밴드 편성으로 곧 찾아올 봄에 대한 희망을 경쾌하게 표현하고요. 무대요?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버스 정류장 같은 느낌으로 꾸밀 거예요."(경환)

콘서트의 제목이 '소년, 소녀를 만나다 Pt.2'이니 분위기에 딱 맞는다. 그런데 좀 민망하다. 3년 전 '귤'이 담긴 데뷔 앨범을 냈던 때가 스무 살. 유상봉의 얼굴에는 아직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지만 어쨌든 '소년'은 지난 것이다.

"한번 비치보이스는 영원한 비치보이스인 것처럼 재주소년도 영원히 재주소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경환)

"누구나 지나가는 20대 초반의 한 차례, 한 차례를 음악으로 풀어나가는 게 재주소년이죠."(상봉)

어쿠스틱 사운드에 명징한 일상을 얹어 전하는 그들의 음악은 분명히 '소녀 취향'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가장 기쁘게 했던 팬은 '재주소년의 음악이 진정한 남자의 음악'이라는 글을 남긴 어느 군인이었다. 남자가 자신들의 음악에 공감한다면 그 공감의 무게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10년 뒤 소망을 묻자 이들의 첫 놀이터, 10여 년 전 일산의 공터를 회상할 때처럼 주저 없이 말한다. "지금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해요. 그때도 여전히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다면 지금은 그 발판일 테니까."

14, 15일 서울 백암아트홀(02-559-1333)에서 열리는 이들의 두 번째 콘서트장 어딘가 미래를 향한 푸른 싹이 돋으리라.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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