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여름 감기' 심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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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수도권.충청권 등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 지구내에선 입주 때까지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자 단타 매매를 노린 가수요자가 대거 빠져 나가면서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계약 포기가 속출하는가 하면, 다른 지역 청약경쟁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브랜드.입지여건 등에 따른 차별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주택업체들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 금지가 처음 적용된 서울 5차 동시분양의 당첨자 계약 결과 10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계약기간(24~26일) 안에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차 동시 분양과 비슷한 청약경쟁률(서울 1순위 평균 40대 1)을 보였는데도 올해는 미계약이 대거 발생한 것이다. 주택업체들은 분양시장 냉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물산의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만 1백% 계약됐고 다른 단지들은 최저 40%의 계약률을 나타냈다. 경쟁이 치열했던 대우건설의 신당푸르지오(1순위 58.7대 1)와 정릉푸르지오(1순위 10.4대 1)도 각각 8%,14%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률 40%를 보인 단지의 업체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지난달과는 완전히 딴 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는 청약 경쟁률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안산시 고잔지구에서 분양한 푸르지오7차는 지난 26일 2순위에서 겨우 마감됐다. 지난해 12월 7차 바로 옆에서 분양한 6차 때는 1순위에서 5.3대 1로 마감됐었다. 안산 A중개업소 金모 사장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자 청약거품이 걷혔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의 5개 업체 동시분양(3천4백73가구) 청약 분위기도 예상만 못했다. 5개 단지 모두 1순위에서 단지에 따라 최고 50% 미달됐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청약할 때는 소비자들이 많이 주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남양주 분양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지난해 12월 유진기업이 2순위에서 마감한 평내지구에서 금호건설이 최근 분양한 어울림 아파트는 3순위에서도 미달됐다.

전반적인 청약경쟁률 하락세 속에서도 입지여건.브랜드 등이 좋은 단지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LG건설이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내놓은 LG자이는 1순위에서 마감됐다. 24, 32, 46평형은 지역 1순위에서 최고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미달된 23평형 12가구는 지난 27일 수도권 1순위에서 분양이 끝났다.

현대건설이 안양시 비산동에서 내놓은 현대홈타운도 지난 19일 지역 1순위에서 6.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단지인 데다 신도시와 인접해 있거나 서울 강남권과 가까워 입지여건이 좋았기 때문으로 이들 업체는 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실수요자들도 선뜻 청약하지 않을 정도로 분양시장이 가라앉고 있다"며 "입지와 브랜드에 따른 청약시장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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