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압수수색, 손도끼·해머·절단기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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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21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압수한 해머와 밧줄 등을 공개했다. [뉴시스]

경찰이 불법 폭력집회의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 “12곳서 폭력시위 증거 확보”
PC 52대 중 46대 하드디스크 훼손
“폭력단체로 만들려는 조작” 반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집회에서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8개 단체 사무실 12곳에 경찰력 500여 명을 투입해 21일 오전 7시30분부터 8시간 동안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서울 정동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비롯해 금속노조·금속노조 서울지부·건설산업노조·건설노조·플랜트노조·공공운수노조가 포함됐다. 경찰은 “PC 하드디스크와 유인물 등 불법 폭력집회와 관련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이 끝난 뒤 이례적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압수품 일부를 공개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경찰 진압 헬멧 1개와 경찰 무전기 1대, 해머 7개, 절단기 7개, 손도끼 1개, 밧줄 등이 다량 발견됐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압수한 데스크톱 컴퓨터 52대 중 46대의 하드디스크가 훼손되거나 없어진 상태”라며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일부러 하드디스크를 손상시켰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경찰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측은 “손도끼는 분쟁 사업장에서 야간에 땔감을 자를 때 사용하는 것이고 해머는 얼음깨기 퍼포먼스 때 사용했던 물품”이라며 "민주노총을 폭력단체처럼 보이게 하려는 여론조작”이라고 말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조계사 피신 후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한 위원장은 21일 “강신명 경찰청장의 광기가 더해지고 있다”며 “유신 부활의 앞잡이를 자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중을 이긴 권력은 없다”며 “조계종을 겁박하는 서청원(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망언에서 보듯 오만한 권력의 패악질을 민중의 힘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조계사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조계사 경내에서 기자회견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당초 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조계사 내 커피숍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100여 명 규모의 대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계사에 대웅전 앞 무대를 빌려달라고 했지만 조계사 측이 “다른 행사를 위한 것으로 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조계종은 23일 자승 총무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한 위원장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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