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로 뜬 르네상스 명화, 원작 크기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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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작가가 수놓은 ‘비너스의 탄생’이 경주 혼자수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 이용주 작가]

‘모나리자’ 등 르네상스 명화가 지난 5일부터 경주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것도 56점이나. 물론 원작은 아니다. 그러나 원작과 같은 크기 같은 색감이다. 질감은 다르다. 원작이 유화라면 경주 작품은 자수가 소재다. 혼(魂)자수라는 영역을 개척해 경주에 정착한 이용주(58) 작가가 10년에 걸쳐 한 땀 한 땀 비단실로 수놓은 작품이다.

이용주 작가, 비단실로 수놓은 작품
경주 봉황대 ‘혼자수 미술관’서 전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77x53㎝)와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이 소장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278.5x172.5㎝) 등이 이번 전시에서 눈에 익은 작품이다. 전시 작품 56점은 14개국 28개 미술관을 가야 볼 수 있다. 이 중 46점은 르네상스 시기 작품이고 나머지 10점은 바로크 시기 작품이다. 경주 봉황대 옆 ‘혼자수 미술관’을 찾으면 이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이 작가는 “미술을 공부할 때 명화는 원작 사이즈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 미술 교과서가 보여주는 작은 도판으로는 공간과 색을 이해하고 원작 크기가 내뿜는 아우라를 느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비너스의 탄생’만 해도 가로만 3m에 가까운 대작이다. 이런 대작을 자수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하지만 원작 크기를 접하면 누구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르네상스 시기는 유화 물감과 원근·명암 대조법 등이 개발된 서양미술의 전환기였다. 유감스럽게도 교과서에 실린 르네상스 작품은 원작이 국내엔 단 한 점도 없다. 자수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 이 작가는 터키 이스탄불의 초청 작가로 2013년 이후 매년 현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8월 말까지. 054-748-0080.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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