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세훈, "서울시, 중국이 싫어해 'Hi Seoul' 버렸다?…비겁한 설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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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서울(Hi! Seoul)'을 중국 반발 때문에 바꿨다고 설명하는 것은 비겁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새 도시 브랜드 ‘I. SEOUL. U(아이 서울 유)’와 관련해 6일 서울시 측의 설명을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2회 대학생리더십 아카데미’에 강연자로 참석했다가 "‘I. SEOUL. U’라는 슬로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일단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저는 점잖은 사람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브랜드는 2%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이를 꽉 깨물고 참으면서 바꾸지 않아야 3대를 내려가서야 정착한다”며 “(서울시장 재임할 때) 이명박 전 시장이 만들었던 브랜드인 ‘하이 서울(Hi Seoul)’이 2% 부족해 손보고 싶었지만 이를 꽉 깨물고 참았고 대신 ‘소울 오브 아시아(Soul of Asia·아시아의 혼)’라는 표현만 더했다”고 설명했다. 후임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랜드 교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특히 오 전 시장은 서울시가 브랜드 교체 이유를 “중국인들이 ‘소울 오브 아시아’라는 표현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그렇다면 ‘하이 서울’은 남기고 ‘소울 오브 아시아’만 빼면 되지 왜 ‘하이 서울’까지 바꾸느냐. 이유를 그렇게 설명하는 것은 조금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은 “시장 시절 내 별명이 ‘디자인 시장’이었다”고 밝히며 “(당시)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된다’고 한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디자인시장으로서 추진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세빛둥둥섬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던 야권을 향해 반박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뉴스위크'와 '월페이퍼' 같은 세계적 잡지들이 서울시를 ‘디자인 도시 베스트 5’ ‘디자인 베스트 도시’로 선정했다”며 “그 바탕에는 DDP와 세빛둥둥섬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세빛둥둥섬의 별명이 세금 낭비했다고 ‘(별명이) 세금 둥둥섬’이었다”며 “세빛둥둥섬은 사실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세금둥둥섬’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도 했다.

한편 강연에 이어 진행된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선 오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한 종로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 전 시장은 종로의 디자인과 정책에 대한 질문에 “종로와 중구는 서울과 대한민국의 얼굴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각종 역사유적을 비롯해 우리 정체성이 느껴지는 공간들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랜드마크 건축물들이 종로에 밀집돼 있고 구 시가지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이 공간(종로)이 굉장히 낙후돼 있어 제가 할 일이 특별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주로 규제 때문이니 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종로에서는 새누리당의 이 지역 3선 출신인 박진 전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오 전 시장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오 전 시장은 "박(진) 선배님만으로도 충분히 (지역구 현역인) 정세균 의원을 이길 수 있다면 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그렇다는 상황으로 정리되기 전까지는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밖에 오 전 시장은 최근 정부 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엄청 늘리고 FTA를 많이 (체결)했다고 하는데 개발도상국에 가서 직접 봤을 때는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하며 중남미 대륙 진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우리는 중남미를 우습게 보지만 평균 GDP 1인당 7000~8000달러로 우리나라 70년대와 같이 활황세, 7~8% 성장하는 단계에 진입해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남미 대륙의 공사 발주 물량은 많은데 한국의 (수주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이 다 가져갔고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라며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거듭 강조했다.오 전 시장은 최근까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 장기간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이은 기자·김다혜 인턴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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