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용화 못할 것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0호 31면

대한민국 국민은 매우 영리하고 부지런하고 유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화된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못하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것은 삼성 스마트폰과 ‘강남 스타일’ 정도인 경우가 많다. 그 이외에 한국인에 대해 아는 것은 교육열이 뛰어나다는 것과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 정도 아닐까.


대한민국의 교회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성장을 이루었고 세상의 이목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외국교회는 한국교회의 성장 비결을 알고자 하기는 했어도 한국교회가 어떤 할 말이 있을지 듣고자 하지는 않았다. 한국교회는 그 교세에 비해 외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많은 유능한 설교자들이 배출되었으나 그들의 설교는 한국인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을 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큰 장애물은 언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한국어는 조상들이 물려주신 귀중한 보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언어 장벽이 한국의 문물과 정신과 사상을 세상에 알리는 데 장벽이 된다.


우리는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모순 속에 살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소비하는 돈과 에너지는 천문학적 수준이지만,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울 뿐이다. 영어는 더 이상 영국·미국인의 언어가 아니고 세계의 공용어다. 모든 컴퓨터 언어가 영어이고 의학을 비롯해 첨단 학술의 언어가 영어다. 인도인들은 특유의 억양이 있기는 해도 우리보다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한다. 싱가포르인들도 고유의 엑센트가 있기는 해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그러기에 외국인들은 인도나 싱가포르에 가서 사업하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대한민국이 영어를 공용어로 정하는 순간부터 지금껏 영어를 배우는 데 쏟아부었던 돈은 불필요하게 되고 모든 국민이 공짜로 영어를 배우고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순간 한류 음악은 전세계가 애용할 수 있는 차원으로 발돋음하게 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순간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과 사상·철학·종교를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나눌 수 있게 된다. 만일 우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정한다면 중국과 일본은 경악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결단력과 용기에 찬사를 보낼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은 재능이 많은 민족이지만 우리의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막혀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우리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만든 것은 매우 미래지향적인 결정이었고 그 열매를 후손들이 따 먹고 있다. 우리는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찾아오리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우리 언어에 관심을 가지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기엔 모든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렇다면 민족적 자부심은 버리라는 말인가? 그런 생각이 올무가 된다. 공용어라 함은 함께 사용한다는 뜻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공용하자는 것이다. 21세기는 종교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될 것이지만 그것을 전하는 도구는 영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준 목사pastortedkim@g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