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만기 카드채 21조 연말까지 일괄 연장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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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카드사들이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21조원의 카드채를 연장받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LG.삼성 등 8개 전업계 카드사 부사장단은 20일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들과 '긴급 공동회의'를 열고, 7월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 50%의 만기를 연말로 일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은 부실채권을 축소하기 위해 현금서비스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장의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카드 연체율과 신용불량자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채 만기연장 비상=3월 말에 소폭 하락했던 카드업계 연체율이 4~5월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자 카드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은 정부가 지난 3~4월에 두차례나 카드사 지원 대책을 내놓은 이후 "하반기에는 카드채 만기연장 등 더 이상 정부 지원은 없다"고 밝힌 상태라 고민이 크다.

이에 따라 유종섭 여신전문금융협회장이 지난 16일 은행연합회장과 투신협회장을 잇따라 만나 카드채 만기연장을 요청했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금융권이 보유한 카드채(옵션CP 포함) 82조원 중 은행권(25조원)과 투신권(18조원)이 전체의 53%를 갖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82조원의 금융권 보유 카드채 가운데 21조원이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며 "7월(5조9천억원)과 8월(5조1천억원)의 만기도래액이 특히 많아 카드채 문제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날 카드사 부사장단과의 만남에서 "만기연장 문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 돈줄 죄기 강화=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분기 말까지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전업계 8개사와 은행의 카드부문을 통틀어 7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조원)에 비해 10조원 줄었다.

삼성카드는 올 들어 4월까지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18조1천8백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같은 기간 국민카드가 19조원에서 15조원으로 18%, 외환카드는 6조5천여억원에서 5조1천여억원으로 21% 각각 줄었다.

BC카드도 30조원에서 28조원으로 6%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연체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현금서비스의 이용 한도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카드사들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 규모를 계속 줄인다는 입장이어서 현금서비스 한도 등은 앞으로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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