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도박 의혹 선수, 한국시리즈서 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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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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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김인 사장이 20일 소속팀 선수들의 도박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불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소속팀 선수들을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선수단 관리 못해 깊이 반성”
김인 사장, 대국민 사과 회견
혐의 받고 있는 3명 제외 될 듯
수사 중 이유로 이름은 안 밝혀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2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사장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 도박 의혹과 관련해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 구단은 징계를 받는 선수들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은 26일부터 플레이오프(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 승리 팀과 KS를 벌인다. KS 엔트리 제출일은 하루 전인 25일이다. 불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삼성의 핵심 전력이다. KS 엔트리에 당연히 포함돼야 할 이들이다. 구단이 선수 이름을 발표하지 않아도 25일엔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하고 있는 선수는 A와 B다. 이와 별건으로 C는 검찰이 수사를 하다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구단은 3명 모두를 KS 엔트리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삼성 구단의 입장 발표는 도박 파문 보도 후 6일 만에 나왔다. 지난 15일 한 방송사가 “삼성의 주축 투수들이 시즌 후 마카오 카지노에서 수억원 대 도박을 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조직폭력배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린 뒤 한국으로 돌아와 돈을 갚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경찰이 삼성 선수 2명에 대해 도박 및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구단은 첫 보도가 나온 후 지난 19일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상황 파악 중”이라는 말을 닷새째 반복했다. 수사기관의 발표가 있기 전에 구단이 먼저 소속 선수들의 혐의을 밝히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여론은 악화됐다. 불법 도박을 한 선수들을 구단이 감싼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선수들은 구단과의 면담에서 지인과 마카오에 간 사실을 이미 시인했다. 그러나 베팅 액수와 방법 등에 범죄 혐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억울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생명이 걸린 사안을 두고 구단이 앞장서서 단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삼성 구단이 침묵하는 동안 경찰은 지난 18일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건 아니다. 해당 선수들의 금융 계좌와 통신 내역, 출입국 기록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선수들을 소환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론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삼성이 해당 선수들의 징계를 결정했다. 류중일(52) 삼성 감독은 “며칠 동안 구단과 상의하면서도 징계 여부를 쉽게 결론내릴 수 없었다. 결국 혐의를 받는 선수들은 한국시리즈에 뛰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KS를 대비한 청백전을 치렀다.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 3명은 경기에 뛰지 않았다.

 한편 불법 도박 파문은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선수 선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대표팀에 뽑힌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의혹을 받는 선수를 프리미어12에 출전시키기 어렵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과 상의할 예정이다. 엔트리 변경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구=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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