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다시펴는 동시집 <10> 『잠자리 시집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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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내 고향 사라졌는데
어릴 적 추억은 여전하구나

류선열(1952-1989)의 유고시집 『샛강아이』(푸른책들, 2002)를 간추리고, 발굴 작품을 추가한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가 새로 나왔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한 그가 남긴 작품은 70여 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산문시와 자유시는 여느 동시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세계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기에 시간을 이겨 우리 곁으로 다시 올 수 있었다.

류선열은 “도시화로 허물어져가는 농촌 공동체의 마지막 기억을 산문체의 동시로 복원”(아동문학평론가 김제곤)했다고 평가받는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충주댐 공사로 수몰되는 현실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그에게 이는 지극히 실존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돌아갈 고향을 잃어버린 이가 지난 유년 시절의 체험과 마음, 그리고 그 공간을 기억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어떠한지, 이 시집을 읽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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