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덕수 전 STX 회장 항소심서 감형,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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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던 강덕수 전 STX 회장이 수감된지 1년 5개월여만에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14일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강 전 회장에게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그리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감형은 1심이 강 전 회장을 공범으로 인정했던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영향으로 2007년 대규모 환 손실을 본 STX 조선해양은 2008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액 2조3264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했다. 이를 토대로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으로 9000억원의 대출을 받고 1조7500억원 어치의 무보증 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검찰은 이 전 과정을 강 전 회장이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아 이 회사 김모 재무관리본부장과 함께 외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1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자 2심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을 공범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 본부장이 보고한 내용에 손실 원인인 환 위험이나 환 정책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구체적 보고를 한 바가 없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며 “강 전 회장이 김 본부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제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규모 분식회계는 김 전무 팀에서 회계운영과 외환관리의 실패를 낱낱이 보고했을 때 돌아올 불이익을 두려워 한 나머지 정확한 진상을 보고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됨에 따라 이를 전제로 한 사기대출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무보증사채 발행 등 사기적 부정거래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가 모두 무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애초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고의성 인정여부가 쟁점이 됐던 배임혐의 부분은 1심(187억원)보다 오히려 배임액 인정 범위가 늘어난 418억원으로 인정됐다.  검찰은 사실상 강 전 회장 개인이 소유했던 STX 건설과 포스텍을 지원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STX 등을 동원해 STX 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을 매입케 하거나 담보를 제공케 하는 등의 방법으로 STX 등에 2800여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했었다.

  재판부는 “기업총수가 계열 회사의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행위 자체를 배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시점 이후의 추가적 자금지원은 배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정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업어음 발행업무를 담당한 직원의 급여를 주지못할 정도 자금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합리적 경영판단을 했다면 과연 이런 지원을 했을지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며 “(고의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게 명백하다”고 제시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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