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나니 비로소 봄 당신 집안엔 꽃이 핍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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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17일 길상사에서 법문하는 법정 스님. 김상선 기자

"천지간에 꽃입니다. 봄이니까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니 비로소 봄입니다. 세상사도 그와 같아서 꽃 피우며 사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어두운 집도 있습니다. 이 봄에 꽃구경만 하지 마시고 내가 피운 꽃은 무엇인지를 한번 돌아 보십시오."

법정(73.길상사 전 회주) 스님이 17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봄법회를 통해 '화목한 가정'을 화두로 내놓았다. 1000여 신도가 모인 이날 법문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에서의 마음공부'로 모아졌다.

"내집 마련에 평생을 전전긍긍하지만, 막상 따뜻한 가족을 만들기에는 소홀합니다. 사람들이 자기 본위로 살기 때문인데,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삶과 가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정스님은 일화 한토막을 꺼냈다. 한 주부로부터 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이혼을 생각 중이라는 말을 듣고, 충고 하나를 던졌다는 얘기다. 남편과 식사할 때나 반찬을 준비할 때 부처님이나 천주님.예수님께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하라는 주문이었다.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부처님의 뒷모습으로 생각하라고 타일렀다.

"나중에 만난 그 주부에게서 처음에는 제 말을 믿지 않는데, 막상 실행하고 보니 마음이 서서히 풀려가더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내 마음이 천당과 지옥을 만듭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란 자아실현이고, 가정회복이기도 합니다."

2003년 길상사 회주 자리를 내놓은 법정 스님은 매년 봄.가을 이 곳에서 대중법회를 열고 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wowow@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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