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국회에서 '안홍철씨'로 불린 안홍철 KIC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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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일 한국투자공사(KIC)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는 기관이 아닌 기관장에 대한 국정감사를 방불케 했다. 안홍철 KIC 사장의 과거 SNS 발언과 LA다저스에 대한 투자 진행 과정의 적격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IC 안홍철 사장을 ‘안홍철씨’라고 부르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안홍철씨가 기어이 이 자리에 와서 앉아있다”며 “국회가 이렇게 운영되선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안 사장은 2012년 트위터에 ‘노무현은 종북 하수인’ 등의 원색적인 비방글을 남겨 안 사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2013년부터 기획재정위는 파행을 거듭했다. 이에 지난해 재정위 여야 간사가 안 사장의 자진사퇴와 임명권자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여야 간사의 합의문에도 불구하고 안 씨가 2년 가까이 공직에 앉고 4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100조에 넘는 나랏돈을 주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씨가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국민 통합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며 “반(反)국민통합의 상징인 사람을 이 자리에 증인으로 앉게 한 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안 씨가 어떤 직무를 했든지 간에 자연인으로서 인격적 결함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저 자리 앉아있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비열한 발언을 하고 기관장이 되면 기관의 신뢰성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고개를 숙이며 “제 한 사람의 실책으로 재정위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이러한 질문까지 받게 되는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장이 단 댓글의 내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열한 것이라면 외국인이 한국의 국격을 같은 수준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반성한다는 답변 갖곤 부족하다.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대한 투자 진행 과정의 적격성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철저히 자기 과시를 위한 투자”라며 “올해 1월 자산매각의사를 타진하러 간다면서 다저스 스타디움을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사도 전에 사장이 직접 접촉한 것은 KIC위탁자산운용세칙 16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LA다저스 인수 사실을 과시하려다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해 투자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KIC는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구단의 지분 19%를 4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본지 1월 22일자 27면> 올 4월 구단주인 구겐하임파트너스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투자가 무산됐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스타디움 방문은 실물 확인 차원에서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밀유지계약 파기로 인해 투자가 무산된 것이라는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구겐하임파트너스로부터 구두로 양해를 받았고, e-메일로도 답변을 받았다.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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