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전관 변호사 전화 받으면 공식 보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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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전관(前官) 변호사의 ‘전화 변론’을 근절키 위한 방안을 내놨다. 특정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이 전화 변론이나 비공식 접촉을 시도할 경우 법관 또는 검사는 접촉 사실을 서면으로 소속 기관의 장에게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국가공무원법이나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방안은 9일 서울변회 주최로 열리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광수 서울변회 법제연구원 부원장이 공식 발표한다.

 방안엔 전관변호사 또는 사건과 무관한 고위직 인사가 담당 판사나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한 경우 접촉 사실 자체를 사건 기록 등에 남기는 것이 포함돼 있다. 또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의 청탁이나 알선 시도에 대해 공직자가 협조하지 않을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때 징계·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서울변회는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변호사법상 공직 퇴임 변호사의 개업지 제한 규정을 되살리고 수임 제한 기간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한때 변호사법엔 재직 기간 15년 미만인 공무원이 퇴직 전 2년 이내 근무지의 지방법원 관할구역 안에서 3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198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기됐다. 지금은 공직 퇴임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에서 처리하는 사건을 퇴임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는 규정만 남아 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위헌 결정 당시 전관예우를 받을 가능성이 작은, 재조 경력이 짧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해 문제가 된 것”이라며 “고위직 출신을 대상으로 수임 제한 조치를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부원장은 “공직 퇴임 변호사에게 부과된 수임 내역 보고 의무의 범위를 송무사건뿐만 아니라 법률 자문까지 확대하고, 보고의 상대방을 법조윤리협의회가 아니라 지방변호사회로 바꿔 위반 시 신속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한규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 후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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