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녹차밭 100% 유기농 재배 도전, 공자의 고향 취푸에 연간 2000t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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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녹차의 중국 수출길을 연 이용부(왼쪽) 보성군수가 치우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전남 보성군에 있는 녹차밭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보성군]

“국내 최대인 보성 녹차밭들을 모두 고품질 유기농 녹차 재배로 전환해 제2의 녹차 호황기를 이끌겠습니다.”

이용부 전남 보성군수는 8일 “보성녹차 신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시장을 공략해온 결과 보성에서 생산되는 녹차를 전량 해외로 수출할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보성군은 지난달 27일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의 사수수정전분제품유한공사와 녹차 수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간 2000t 이상의 보성녹차 분말을 수출키로 한 것이 협약의 골자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당면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협약에 따라 보성녹차를 넣은 당면을 개발 중이다.

보성군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녹차분말이 수출될 것으로 보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보성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녹차의 양이 수출 물량에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성의 유기농 녹차 재배 면적은 238㏊ 정도다. ㏊당 한 해 1t가량 녹차가 생산된다는 점에서 연간 238t을 수출할 수 있다. 중국 업체에서 요구한 물량의 10분의 1 수준이다.

고심 끝에 보성군은 보성 지역 녹차들을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환 대상은 전체 보성군 차 재배 면적인 1047㏊다. 부족한 물량은 연중 3차례에 걸쳐 따던 녹찻잎을 4차례로 늘려 맞추기로 했다. 현재 관리가 안돼 방치된 녹차밭 500㏊도 유기농녹차를 생산하는 밭으로 전환된다.

전남 보성군은 국내 녹차의 35%가 생산되는 최대 차(茶) 산지다. 한때 녹차 수도로 명성을 떨칠 정도로 지역 경제가 호황을 누렸으나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효자업종이던 녹차가 커피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해서다.

보성의 녹차 재배 농가는 2007년 1363가구에서 지난해 962농가로 줄었다. 2007년 1148㏊던 재배 면적도 1047㏊로 감소한 상태다. 매년 녹차 재배를 접는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녹차 생산량은 2007년 1410t에서 지난해 1050t까지 떨어졌다.

반면 커피는 지난해 13만9764t이 수입돼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인당 커피 소비량이 하루 2잔에 달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으로 꼽혔을 정도다. 보성군은 녹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녹차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사탕 등을 내놓았지만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 군수는 “인·의·예(仁·義·禮) 사상이 강한 공자의 고향 취푸로의 수출을 계기로 보성녹차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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