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잘못 알려준 중개업자의 책임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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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기자] 부동산 거래에 있어 시세 정보는 권리관계만큼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금전적인 손해나 이익으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중개의뢰인이 중개업자를 통해 시세정보를 확인하고 있지만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업자의 시세 정보 제공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권리관계 등을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세 정보 제공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는 실정입니다.

만약 중개업자가 잘못된 시세 정보를 알려줘 중개의뢰인이 손해를 봤다면 중개업자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요? 다음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임대인 A씨는 남양주시의 한 미분양 아파트를 최초 분양가(6억9000만원)보다 29% 할인된 4억90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4억6000만원의 대출도 받았습니다. 실제 구매가의 96%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후 임차인 B씨와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거래를 중개한 중개업자는 A씨가 할인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는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은 보증금과 대출금을 합쳐도 최초분양가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판단,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A씨가 은행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몇 달 후 이 아파트는 경매에 넘겨졌고 3억8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매각 대금의 대부분은 은행이 배당 받았고 세입자 B씨는 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나게 됐습니다.

세입자 B씨는 “중개업자가 실제 분양가를 미리 알려줬다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증금과 중개수수료, 전세권 설정비용 등 1억20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중개업자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세입자도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이에 대해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시세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지만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사항에 대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면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실제 분양가의 93.6%에 달한 것을 알았다면 A씨가 계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할인 분양 여부는 보증금 회수 가능성과 관련 계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세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원고가 입은 손해(1억2000여 만원)의 일부인 30%만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 역시 중개인 설명만 믿고 계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보증금 회수 가능성 등을 직접 문의하거나 여러 방법으로 확인했어야 하지만 이를 게을리했다"며 "중개업자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3가합9588 손해배상)

중개업자는 감정평가사처럼 중개대상물의 가격을 전문적으로 조사해 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중개의뢰인에게 정확하게 시세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그대로 전달해 계약에 이르게 됐다면 중개업자는 그 손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개의뢰인 역시 중개업자만 믿고 계약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근 중개업소나 임대인을 통해 시세를 확인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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