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버럭 엄마’ 만드는 갱년기, 생약 성분 치료제로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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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약대 오성곤 교수

TV 드라마를 보면 여성 갱년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이유 없이 우울해 하거나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는 것으로 그려진다. 왜 그럴까?

 여성은 50세 전후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갱년기로 접어든다. 이때를 시작으로 노화가 빨라지고 병치레가 잦아지는 등 신체·정신적으로 큰 변화가 찾아온다.

증상도 다양하다. 얼굴이 빨개지고 화끈거리는 안면홍조, 한겨울에 땀이 나는 발한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우울·짜증 같은 감정이 뒤섞이는 심리적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이므로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라며 무심히 방치하기 쉽다.

 갱년기는 끝이 아닌 건강관리를 새롭게 짜야 하는 시기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1세(통계청 2013년 생명표). 갱년기 이후에도 3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야 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기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여성호르몬 변화로 골다공증·뇌졸중·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므로 초기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혈전(피떡)이 잘 생기거나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면 호르몬치료를 받기 어렵다. 특히 호르몬치료는 유방암·자궁내막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져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약용식물(블랙 코호시·세인트존스워트)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완요법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갱년기 증상 완화에 이들 약용식물에서 추출한 치료제를 대안으로 활용했다. 기존 호르몬치료와 비교해 효과가 비슷하고 부작용이 적다. 국내 출시된 생약성분 치료제로 동국제약의‘훼라민Q’가 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호르몬치료가 힘든 여성도 복용이 가능하다.

 다만 건강기능식품 복용은 주의해야 한다.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예방 효과가 미미해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백수오처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변에서 ‘이런 것이 좋다’는 말에 솔깃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 약효·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법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 밖에 운동·식사요법을 실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신체 활동량을 늘려 갱년기를 활력기로 바꿔준다. 트레킹·걷기·계단오르기처럼 적당한 근력을 유지하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평소 카페인·알코올·탄산 같은 자극적인 식품은 피하고, 칼슘·오메가3가 풍부한 우유·멸치·고등어를 꾸준히 섭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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