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집안 살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저축이 증가한 가구는 줄고, 빚이 늘어난 가구는 많아졌다. 심각한 불황 탓에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빚이 늘어난 가구가 많다 보니 소비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저축이 6개월 전보다 증가했다고 응답한 가구는 조사대상의 11.8%에 불과했다. 올 1월 조사때는 13.1%였던 이 비율이 4개월만에 1.5%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부채가 증가했다고 대답한 가구는 25.6%였다. 1월의 19.2%에 비해 6.4%포인트나 높아졌다.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9월엔 이 비율이 15.8%에 불과했다. 불황으로 소득이 줄다 보니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총소득(GDI)은 1분기에 2% 감소했다.

또 현재의 금융저축을 6개월 전과 비교한 평가지수는 89.5, 주식.채권을 비교한 지수는 72.3이었다.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이 줄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많은 가구에서 저축은 줄고 빚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저축은 줄고 빚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위축된 소비가 되살아나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심리에 대한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6개월 뒤 경제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94.5로 전달과 같았다. 지수가 1백보다 커져야 경제를 낙관하는 사람이 많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은 지난 4월 조사 때 기대지수가 3월(90.4)보다 크게 높아진 점을 강조하며 5월에도 기대지수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수엔 변동이 없었다. 소비자들은 경제가 당분간 바닥권에서 머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생활형편 등을 6개월 전과 비교한 소비자평가지수는 67.0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였던 지난 3월보다 3.1포인트 올랐고, 두달째 상승했다. 그러나 평가지수는 여전히 1백선보다 한참 아래여서 아직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