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 첫 재판… 검찰·이완구 전 총리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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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다. 이날 공판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와 관련해선 처음 열렸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엄상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며 “객관적 진실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게 공판기일을 가급적 빨리 잡아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금품 공여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물적 증거를 찾아내고 금품 전달에 관여한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공소사실을 입증했지만 시간 경과로 인해 참고인들의 기억이 흐려지거나 오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전 총리 측이 변호사 추가 선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불가피하게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열게 되자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추가 선임된 변호사는 이상원(46ㆍ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로 노태우 정부 시절 실세였던 박철언 전 국회의원의 첫째 사위다.

이날 법정에는 이 전 총리는 나오지 않고 이 변호사만 출석해 "기본적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어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해 부인한다"고 말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과정을 조율하는 과정이라 불구속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는 없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수사 및 증거기록이 열람대상 일체인지 의문”이라며 “설령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라도 여러 진술자들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어 열람이 필요하고, 향후 공판 과정에서 제출될 증거가 있다면 사전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들이대며 ‘뒤집기’에 나설 수 있어 미리 견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집중해 심리하겠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공판준비기일을 한번 더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8월 3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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