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동북3성 부흥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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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과 인접한 동북 3성 부흥을 선언했다. 국가 장기발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이곳과 연결해 변방 지역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18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을 방문해 동북 3성 지도자들과 좌담회를 개최하는 자리에서 "동북의 부흥은 현재 돌을 산 정상으로 밀고 올라가는 것(滾石上山)과 같다"고 말했다. 어렵지만 개발을 멈출 경우 오히려 후퇴하게 되기에 전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앞으로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6~2020년) 기간 중 국가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4월 이곳을 방문해 "동북의 경제성장률은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랴오닝(遼寧)성, 지린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의 올 1분기 성장률은 각각 1.9%, 5.8%, 4.8%로 국가전체 성장률(7%)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역시 각각 5.8%, 6.5%, 5.6%로 국가 평균(7.4%) 경제성장률에 미달했다. 리 총리는 "동북지역 경제구조는 헤이룽장성에 있는 다칭(大慶) 유전과 지린성에 있는 이치(一汽) 자동차가 한 번 재채기를 하면 모두 감기에 걸리는 지경"이라며 "개혁과 혁신을 통해 다양한 성장 동력을 개발하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잇따라 동북 경제 부흥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서부로 향하는 일대일로의 동부 연계가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쿵링즈(孔令智) 창춘대만동포연합회 회장은 "두 지도자의 발언은 일대일로와 북한·중국·러시아 3국 간 경제 협력과 발전을 위한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를 연계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의 나선 항구를 통한 동해 진출을 노리고 있어 나선 특구 개발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71%에 달한다.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과 개발의 동력이 될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Greater Tumen Initiative)' 활성화도 기대된다. GTI는 동북아 지역 경제개발을 위해 남북한·중국· 러시아·몽골 등 5개국이 참여해 1992년 출범한 다자간 협의체로 국가 전체가 아닌 회원국의 일부 지역을 사업대상으로 하고 있다. 당초 '두만강개발계획'으로 출범했지만 2005년 사업 범위를 강원도 동해안 지역,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일부, 몽골 동부지역 등으로 확대했다. 북한은 2009년 11월 탈퇴해 현재는 4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북 경제가 활성화할 경우 중국이 북한의 재가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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