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무주공산으로 뛰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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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5보(47~58)= 47로 부딪쳐간 의도는 이 지점을 삭감의 경계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큰 집을 허용하지만 않으면 넉넉하게 이긴다는 계산이다.

 실리에 밝은 프로들은 계산이 강하고 형세판단이 빠르다. 48에 49로 2단 젖히고 50으로 점잖게 후퇴하자 다시 51로 2선을 젖혀간다.

 끊어달라는 주문인데 이런 요구는 알면서도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물러서면 계속 밀고 들어올 테니까. 52, 54로 흑 1점을 잡는 사이 53, 55로 틀을 갖추겠다는 게, 47로 부딪쳐갈 때부터의 전략이다.

 바둑판 위로 뻗으려던 탕웨이싱의 손이 움츠러든다. 국면 전환의 분기점이다. 여기서 관성대로 ‘참고도’ 백1로 밀어가면 흑은 기세를 담아 2로 젖힐 게 빤하다. 이때 백a로 젖히면 흑b로 즉각 막아도 흑의 약점을 추궁할 수가 없다. 흑c의 단수로부터 풀려나오는 ‘뒷맛’이 고약하기 때문이다.

 백은 그보다 훨씬 급한 곳이 있다. 상변의 무주공산. 흑의 세력권이긴 하지만 영유권을 주장하기엔 품이 넓다. 그런데 백이 이곳을 소홀히 했다가 흑이 먼저 A로 뛰기라도 하면 이 일대는 몽땅 흑의 영토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56은 지극히 당연한 침입이고 57로 문단속할 때 철썩, 붙여간 58은 타개와 수습의 맥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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