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엔 미래 없어"…중국 청년의 홍콩 탈출기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을까?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26일(현지시간) 익명의 중국인이 쓴 "홍콩, 제발 날 잊어줘"라는 글에 대해 보도했다.

익명의 글쓴이는 지난 20일 중국의 온라인 매체 거룽후이(格隆匯)에 “홍콩, 제발 날 잊어줘”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꿈을 찾아 홍콩에 왔던 글쓴이가 7년의 생활 끝에 홍콩과 작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편지가 화제가 된 건 작별 편지를 통해 홍콩의 경제·사회 문제의 핵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금융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홍콩에 왔지만 7년의 생활 후 홍콩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글쓴이는 떠나는 이유를 얘기하며 글을 통해 홍콩의 경제 쇠퇴와 홍콩-중국 본토 간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글쓴이는 홍콩엔 미래도,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반환할 당시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마카오의 2배였지만, 현재 마카오의 1인당 GDP가 홍콩의 약 3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지난 17년간 40%의 성장률 밖에 이룩하지 못한 것이다. 또 반환 당시 홍콩의 GDP는 중국의 16%를 차지했지만, 2013년엔 3% 밖에 미치지 못했다. 1997년에 베이징·상하이·광저우의 GDP는 홍콩의 근처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홍콩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글쓴이는 금융업에 대해서도 “도심에 있는 높은 빌딩들이 한 때 금융업의 중심이었던 홍콩의 전성기를 보여주지만, 홍콩의 금융업은 그 후 발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침체의 원인은 두뇌 유출”이라며 “홍콩의 엘리트들은 홍콩에 남지 않고 해외로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빈부격차 증대, 소수의 자원독점, 집세 증가, 거주 환경 열악을 나열하며 “홍콩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며 그로 인해 홍콩의 사회적 분위기도 악화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경제 발전은 홍콩·본토 갈등을 돋웠다고 글쓴이는 얘기했다. 그는 “홍콩 사람들은 본토 사람들을 시골뜨기로 취급하곤 했지만, 중국인 신흥 부호들이 늘어나자 견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홍콩의 중하위층에서 이런 반감을 많이 드러냈다고 말한다. 그가 택시나 식당에서 중국 표준어를 쓰면 서비스가 나빠지고 광둥어로 욕설을 하는 것이다.

결국 그는 선전(深川)으로 이사 갔다. 그가 홍콩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의 친구들은 놀라지 않고 "또 한 명 가는구나" 라고 말했다. 그는 “꿈을 쫓기 위해 젊고 활발한 분위기의 선전으로 간다”며 “내 젊음을 바쳤던 홍콩에게 행운을 빈다”고 얘기했다.

그가 쓴 글은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쳇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됐다. 포린 폴리시는 약 10만명이 이 글을 조회했으며, 전세계적으로 그의 글을 두고 토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경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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