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유승민은 뿌리깊은 나무, 대통령은 마리 앙투아네트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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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메르스(사태를) 뒤로 하고 청와대와 여의도는 정쟁에 휩싸여 있다. 야당이 먼저 극복하고 탈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원점 발언'에 대해 “입법의 매뉴얼을 바꾸는 방법까지 검토하겠다는 말”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 입법권을 미처 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입법권을 철저히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행정부의 위임입법까지 국회 입법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특히 세월호 특별법 등 논란이 있는 시행령의 경우 법 개정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 자리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 “바람에 휘는 나무 같다. 그러나 바람은 곧 사라지고 나무는 제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는) 뿌리깊은 나무”라며 “여당은 힘의 균형이 있으니 잘 버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건배사를 하면서도 ‘바람에 휘는 나무의 만수무강을 위해서’라는 구호를 외쳤다. 건배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그런 나무가 되라는 뜻”이라고 말했고, ‘바람이 세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철갑을 두른 나무라고 해야 되나”라고 자문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마리 앙투아네트 같다”고 표현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로 사치와 향락 등을 이유로 프랑스 혁명 당시 민중들의 표적이 된 인물이다. 국고를 낭비한 죄와 반혁명을 시도하였다는 죄명으로 처형됐다.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데 대해 이 원내대표는 “(거부권 정국 관련) 비상근무가 끝나면 출근투쟁을 하겠다”며 “일단은 비상근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이후 불붙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갈등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성남 분당보건소 메르스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헌법기관이고 국회 원 구성 및 활동은 국회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처럼) 이런식으로 간섭하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거기에 대해 반성문을 쓰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적어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반민주주의가) 끝났다고 믿었는데, 민주주의는 관심을 가지고 가꾸지 않으면 금방 퇴보한다”며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들이 당연한 일처럼 행해지고, 받아들여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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