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납골당 장점 살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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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에선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묘지로 변한다. 뿌리깊은 매장 전통 탓이다. 전국 묘지수는 2천만기로 전국토의 1%나 된다. 이젠 묘지를 만들 땅도 거의 바닥났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게 납골묘다. 납골묘는 한기의 봉분에 12~20명의 유골을 모실 수 있어 묘지보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국내 최대 규모의 납골묘 공원을 조성 중인 성남공원 이상훈(李相勳.43.사진)대표는 납골묘가 장묘문화의 주류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

"예전엔 단독주택이 대표적인 주거형태였지만 땅이 부족해지니 이젠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잖아요. 묘지도 토지 이용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변해야 합니다."

납골묘는 묘지와 납골당의 장점을 절충한 방식이다. 납골당처럼 토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데다 외관은 기존 묘지와 같아 후손들이 참배할 공간이 충분하다.

"납골묘는 여러 조상을 한기에 모시므로 세월이 흘러도 후손들이 관리를 잘 하게 되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앞으론 기존 묘지를 납골묘로 리모델링하는 사람도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묘지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성남공원 납골묘는 부지 12만4천여평, 납골묘 1만6천기 규모에 공사비만 1천5백48억원이 들어간다. 묘지는 완공 뒤 분양하는 후분양제여서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모은행과 프로젝트 파이낸싱(프로젝트를 담보로 한 장기대출)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묘지사업이 지금까지는 '어두운 산업'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젠 투명하게 바뀔 때가 됐어요."

李대표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선 정보통신과 출판.무역 회사를 세워 연간 매출이 1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장묘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가업을 잇기 위해서다. 李대표의 부친은 1976년 성남공원을 설립, 대규모 공원묘지로 키워냈다. 李대표는 3년 전 부친이 작고하자 사업을 이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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