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오는 손님 '혹시…'메르스 사태 장기화에 미주 한인들 속앓이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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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장기화되고 있다. 40대 사망자가 발생하고 최대 잠복기를 넘은 확진자가 발생하며 미주 한인사회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한국시간)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오후 유럽 원정 친선경기를 마친 뒤 마스크를 쓴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LA를 비롯한 미주 내 한인들의 본격적인 속앓이가 시작됐다.

한국의 친인척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덜컥 걱정이 앞선다.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자니 '혹시나' 하는 염려 때문이다. 한국기업의 지상사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본사직원의 출장소식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한국과 무역을 하는 한인기업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두들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특히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인 14일을 넘어 감염된 환자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인들의 애먹는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동생 가족이 방학이라 LA에 온다는데 메르스 걱정에 애써 돌려 말하느라고 힘들었다"면서 "메르스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동생도 맘껏 반겨주지도 못하고, 주변에 말하면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 봐 이야기도 못하겠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모씨(무역업)는 "한국에서 온 바이어와 저녁자리를 가졌는데 다른 핑계를 대고 일찍 나왔다"며 "바이어도 눈치를 챘는지 알겠다고 말해 신경이 더 쓰인다. 괜히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방학·휴가철과 맞물리면서 '메르스 속앓이'는 더 깊어지고 있다.

윤모씨는 "지난 주말 한인여행사를 통해 아내와 요세미티를 다녀왔는데 관광 버스안에 일단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며 "영 찜찜해서 관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같은 숙소도 써야 하고, 같이 밥 먹어야 하고…피곤했다"고 말했다.

모 약국에서 일하는 최모씨는 "며칠 전 여름감기에 걸린 거 같다며 약을 달라는 한인과 접촉했는데 차림이 한국서 온 여행객 같았다. 재빨리 양치하고 손닦고 했는데도 기분이 그랬다"고 했다.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그냥 스쳐 지나갈 줄 알았는데 연일 메르스 사망자가 나와 지금부터는 진짜 걱정이 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온 것 같은 여행객을 받으면 불안하고 접근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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