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봐이용」을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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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파스칼」이 연수하러 서울에 오다니…무척이나 반갑다. 벌써 10년이 넘은 일이다. 필자가 프랑스의 파리 고등사범음악원에 유학하고 있을 때 내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던 마담 「바스쿠레·드게랄디」의 문하로 파리 국립음악원의 피아니스트 몇명이 입학하여 왔었다. 「파스칼·드봐이용」은 그 중의 한사람으로 들어있던 파리지엔이었다.
우리는 l년 뒤에 있을 『리상스·드·콩세르』의 피아노 연주학위 콩쿠르를 준비하는 클래스에 함께 들게되었다.
이 학위는 파리 고등사범음악원의 최종 학위 명칭으로서 과제곡이나 입상자의 수준은 국제콩쿠르들에 비교되기도 하며 학위과정은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음악적 기량과 경력을 더욱 높이 쌓기 위하여 따로 수련하는 코스다.
피아노 클래스가 있을 때는 엄격하신 선생님께서 강의실에 들어오시면 잡담하며 기다리던 우리는 벌떡 일어나 가장 어린 「드봐이용」을 선두로 선생님과 앙브라세(뺨을 서로 대는 친밀한 인사)를 하고 1명씩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하게된다.
물론 악보로 연주하며 끝날 때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견해를 듣고 자기의 소견을 말하기도 한다. 20세였던 그의 음악은 이미 성숙하였었고 음악에 대한 불씨를 가슴 가득히 지니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기름을 부어 활활 타오르게 하였다.
연주스타일은 「리스트」의 작품해석에서 두드러져 이번 내한 연주회의 피날레가 될 「리스트」의 『단테를 읽고』는 당시에도 완벽하게 연수해내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대단한 난곡이지만 그는 성격묘사에 능통하여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주특성을 가지고 곳곳을 기품있고 매력적인 부분으로 살려 전 연주를 살아있게 만드는 신비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위에 팔과 손목을 이용한 완벽한 테크닉으로 아주 쉽게 연주하는 능력이 있다.
그는 그때에도 확실히 어린 대가였으나 더욱 꾸준히 정진하여 1978년 차이코프스키 국제경연대회(2위 수상)를 필두로 유명한 국제콩쿠르에 수차례 입상했다. 그가 오늘날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와 미국각지를 순회하는 바쁜 연주일정에 좇기고 연주회 때마다 훌륭한 반응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술세계는 더욱 심오하여 졌으리라.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오는17일(하오7시) 중앙일보 주최로 리틀엔젤스 회관에서 열릴 그의 연주회를 손꼽아 고대해 본다. 가슴 설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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