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의 묘 살려 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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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정기 변호사=무기명으로 된 투서나 진정은 원칙적으로 불문에 붙여 수사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것을 수사하게 되면 불신풍조가 만연돼 국민모두가 불안에 떨게된다.
투서·진정등에 간혹 진실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수사하는데는 신중을 기해야한다.
수사기관에서 다루는 사건중 투서나 진정에 의한 것은 극히 적은 편이므로 운영의 묘의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설가 서동훈씨=모함이나 음해·투서가 통용되는 사회는 어딘가 명랑하지 못하고 병들어있다는 증후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남을 해치려는 무기명 투서가 정당화되고 그로 인해 투서의 대상자가 여론에 희생되고 처벌을 받을 때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이것은 남의 불행을 상대적인 자기의 행복으로, 남의 행복을 오히려 자기의 불행으로 여기는 현대인의 소아병적인 심리의 발로인 것이다.
잘못이 있는 사람은 마땅히 자기의 죄과에 대한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자기는 그림자 뒤에 숨어 돌을 던지는 막달라 마리아 식의 돌팔매로, 즉 무기명투서가 받아들여져 남의 죄과를 묻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회, 이성적인 풍토를 가는 길은 아닐 것이다.
▲성균관대 법대 임웅 교수=무기명투서는 자신은 숨은 상태에서 관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익을 얻어보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형태다. 당국이 무기명 투서를 수사의 단서로 삼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에는 그 집행과정에서 형평을 잃지 말아야 시민들의 준법정신이 상실돼버리는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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