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대기, 5분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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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분 재판을 받으려고 5시간이나 기다리는 민사재판의 짜증스러운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법원의 해묵은 병폐로 지적돼왔다.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것은 법원당국의 말처럼 각종 소송사건은 해마다 폭주하는 반해 이를 다루는 법관과 행정력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법관은 해마다 50명정도 신규 임용되고 있으나 퇴직법관이 30명이라 정원이 좀처럼 차지않고 법정 또한 예산사정으로 신규 증설이 안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관 정원은 8백37명이다.
이마저 1백33명이 결원상태에 있다. 때문에 법관 1인당 담당인구가 5만7천6백명이나 되고 연간접수사건이 3천9실업자여건에 본안사건만도 6백41건에 이른다.
지법판사는 이보다 많아 본안사건만도 연간 7백35건이어서 하루2건을 처리해야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일본의 법관1인당 담당인구가 4만1천3백61명에 비해서도 1만6천명이 더많은 셈이고, 미국의 4천7백93명, 영국의 1천9백66명에 비해서는 비교조차 할수없을 정도로 정원자체가 태부족인 상태에 있다.
법정 또한 서울본원의 경우 재판부는 70여개지만 법정은 20여개에 불과해 4개재판부가 1개법정에 매달려 쓰고 있으며 전국으로 따져도 3백여개 재판부가 1백여개의 법정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늑장 재판, 짜증 재판이 빚어지는이유를 알만하다. 그러나 법관과 법정타령만 하고있을것이 아니라 현재의 여건으로써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따라 완전해결은 몰라도 부분적인 해결은 가능하다.
번거롭고 오래 걸리는 재판진행때문에 국민이 누려야할 법익을 스스로 포기시키는 사태가 생겨 「권리 위에 잠자는 국민」으로 만들 우려 또한 없지않다.
따라서 재판촉진을 위한 갖가지 지혜와 묘안을 짜내어 하루속히 실행에 옮겨야 할것이다.
미국등지에서 실시중인 정형적 범죄의 컴퓨터 재판도 고려할수 있다.
사안이 경미하고 사건유형이 엇비슷한 교통사고나 경범죄같은것은 컴퓨터로 처리, 양형을 정하고 이에 불복할 경우에 한해 법관이 심리하는 제도를 채택하게 되면 복잡한 절차나 소송비용, 시간낭비, 장소문제등이 줄어들고 소송이 더 촉진될수 있을것이다.
우리법원도 몇몇 법관이 몇년전 이같은 취지로 양형을 기준화하는 작업을 시도했으나 모든 법죄가 경위와 동기, 놓여진 환경등이 각기 달라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교통사고나 경범죄등은 얼마든지 정형화가 가능하다.
이밖에도 주요 본안사건만 법정에서 진행하고 자질구레한 사건은 법정밖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대폭활용하는 방법도 있을수 있다.
따라서 법원행정력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또 현재 1개 민사사건 처리기간이 평균 7개월9일(법원조사)이나 걸리고 있는데 대한 고의여부를 따지는 대법원의 감사기능 확대도 바람직 하다.
대법원이 현재 서울서초동에 짓고 있는 신축건물도 서독등지처럼 법정옆에 만사실을 두어 수시로 이용가능토록 통로를 만들어 법정사용을 극대화해야 할것이다.
민사소송 중에는 정의감에 입각한 소송보다는 당사자끼리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는 사건이 너무 많다고 한다. 사건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사소한 이해나 민사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위한 형사소송등은 삼가는 국민의 풍토조성도 시급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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