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비단옷에 꽃무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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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2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5보(49~63)= 우하귀 쪽 50의 껴붙임은 얼핏, 기발해 보이지만 그것으로 타개가 원활해질 것 같진 않다. 검토진은 흑이 52의 곳으로 올라서는 수를 예상했는데 박정환은 별 고민 없이 51로 아래쪽을 젖혀간다. 그 수도 되나?

 52부터 55까지, 백의 형편은 여전히 궁색하다. 56으로 중앙을 먼저 밀었으나 58 때 59의 곳을 끊는 강수가 이어진다. 탕웨이싱은 한 수를 놓을 때마다 고뇌의 표정이 역력한데 박정환의 응수는 바람을 타는 깃털처럼 가볍다.

 59에, 60으로 몰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 백 대마의 괴로움을 웅변해준다. 62는, 소나기펀치를 견디다가 나름 기회를 틈타 내밀어보는 카운터펀치인데 박정환은 아예 상대도 해주지 않고 63으로 틀어막는다.

 손 빼면 당장, 흑A로 몸통이 끊긴다. 꼬리라면 적당히 떼어주고 달아나는 도마뱀작전이라도 구사하겠으나 여길 끊겼다간 전세도 급전직하할 게 빤하니 외면할 수도 없다.

 박정환은 담담한데 검토실이 흥분으로 들뜬다. 다음 ‘참고도’ 백1은 필연인데 흑2를 선수하고 백3~7로 고개를 내밀 수밖에 없을 때 흑8로 뛰면 백 대마는 미생이고 흑은 공격하면서 영토를 확장하니 이야말로 ‘비단옷에 꽃무늬’ 아닌가.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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