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자 없는 복지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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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복지연금 제를 6차5개년 계획기간(87∼91년)중에 실시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알러졌다.
정부의 기본방향은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연금은 최소한의 기본생활보장 수준으로 줄이고 적용대상은 사업장 근로자와 자영사업자부터 우선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넓혀나간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제도는 의료보장 제와 더불어 현대의 복지지향적 산업국가들의 사회보장제를 구성하는 두개의 기둥이다.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고 실제로 이해관계도 넓고 깊은 것이다.
이미 지난73년에 입법절차까지 마친 이 연금제는 그동안 경제 사회적 여건의 미성숙과 준비의 미비로 실시가 보류되어 왔던 것이다.
정부는 당초 4차 계획 기간 중에 이제도의 실시를 구상했으나 이제도의 도입이 초래할 현실적인 부담과 그 부담의 사회적 배분원칙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국민적 합의가 이루지지 않음으로써 실시가 지연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 제도를 조기에 실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같은 국민적 합의를 걸러내기 위한 충분한 사전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과 준비 없이 명분으로서의 사회보장제를 도입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선택하고 추구해야할 사회보장과 국민복지의 장기적 목표와 과제가 설정돼야한다. 우리의 사회 경제적 구조에 비추어 어떤 수준, 어떤 형태의 사회보강목표가 바람직한 것인지를 먼저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명목상의 복지정책 자체에 집착하면 국민적 합의는 물론 실질적 복지혜택의 정수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도입의 경험이 일천한 의료보험제 만해도 수혜의 폭이 크게 넓어지고 있지만 사회적 의료보강의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하다.
따라서 복지연금 제는 현재의 정부구상대로 정부부담은 전혀 없이 기업과 근로자의 부담만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본다.
미미한 정부부담으로 시작한 의료보험제가 벌써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이미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공무원 등 특수연금 제도 부담금의 적절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수혜와 부담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제도가 현실성 있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재정이 큰 몫을 떠맡지 않으면 안될 것이나 이 또한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기대하기 어렵다.
이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복지연금제의 조기도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과제로 계속 검토해볼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사회의 복지는 그 질과 양의 문제라기보다 수혜와 부담의 한계문제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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