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화에의 예감|이우환 서울전을 보고 이일 (미술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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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에서의 이번 이우환개인전은 1978년 (현대화랑) 의 유화작품전과 79년(진화랑) 의 드로잉전에 이은 세번째의 것이다. 현대화랑과 한국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12∼20일)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수는 유화·수채와 드로잉,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자연석과 철판으로된 입체작품이며 약60점에 이르는 이들 작품은 거의 이우환의 「점」「선」 연작에 뒤이은 근작들이다.
이우환의 회화세계의 독자적인 전개는 60년말께부터 시작된 「점」 연작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선」 연작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이 양자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개념에서 나온 것들이다. 거기에는 우선 명쾌한 논리성이 있고 「그린다」는 행위에 대한 정연한 관념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그가 80년에 들어서면서 그림을 마구 휘졌기시작한다.
거기에는 이미 지난날의 흐트러짐이 없는 질서정연한 회화적 사고의 궤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대신 무질서의 난무하는 획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회화를 그 원점으로 또는 미완의 상태로 되돌려 보내려는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은 그림이다.
도시 「그림 같지 않은」그림인것이다.
확실히 이우환은 회화를 모든 속박, 그것이 관념적인것이든 조형적인 것이든 모든 속박으로부터 풀어제쳐 놓으려 시도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일견 무질서하게 보이는 화면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단순히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그 밑바닥에는 보다 원천적인 생성이 숨을 쉬고 있다.
그 흐트러짐속에는 삶의 본연의 리듬이 있고 바야흐로 형성될 새로운 조화에의 예감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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