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할머니 손맛으로 대박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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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 김이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한국식 강정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LA지사=백종춘 기자

Mrs. May's가 만든 한국식 강정제품들.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는 요즘 한국의 강정 비슷한 스낵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적이 붐빈다. 뚫기는 무척 힘들지만 일단 납품에 성공하면 입이 벌어진다는 코스트코에 강정 스낵을 납품하는 업체는 '미세스 메이스(Mrs. May's)라는 한인 기업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스낵은 '아몬드 크런치'와 '월넛 크런치' 등 11가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아몬드 1000개 중 1개는 이 회사 제품에 들어간다.

어거스틴 김(44) 대표는 연간 50만㎏의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를 중국의 공장으로 가져가 가공한 완제품을 미국 시장에 파느라 일년에 하루도 쉴 날이 없다. "주변에서는 다들 '한국인의 근면성은 정말 따라갈 수 없다'고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성실은 기본기일 뿐입니다."

김 대표는 중학교 1학년 때인 1974년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 1.5세.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중국어.일본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UCLA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면서 인생 키워드를 '동아시아'와 '비즈니스'에 맞췄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일본 경험도 쌓았고, 그때 만난 일본인 부인과 살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엔 일본 회사인 '반다이'LA지사에 취직했다. 여기서 그는 반다이 중국 공장 직원들의 위생상태와 근무 조건을 점검하는 일을 맡았다. 당연히 중국 출장이 잦았다. "그때 앞으로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중국어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통역으론 역시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그리곤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주저없이 사표를 내고 중국으로 떠났다. 38살 때였다.

중국어를 배우며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던 중 문득 한국식 강정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그 강정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는 그는 미국에는 왜 강정 같은 게 없을까 궁금해 했다고 한다. "사실 많은 나라에 한국의 강정과 비슷한 과자들이 있더군요. 시식회를 해 봤더니 이집트, 아르메니아, 브라질 등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도 똑같은 식품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는 기존의 한국 강정 맛을 기본으로 당분을 줄이고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웰빙 강정'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지난해 여름 코스트코에서 '2'라고 적은 주문서를 팩스로 보내왔더군요. 박스 2개인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컨테이너 2개더군요. 사흘 뒤 또 주문이 들어왔어요. 컨테이너 4개 분, 자그마치 50만 달러 어치였죠."

얼마 뒤 코스트코에서 시식회가 열렸다. 보통 나흘간 시식 행사에서 5000개를 팔면 1차 합격이고, 7000개를 팔면 바로 구매 협상에 들어가며, 1만 개를 팔면 대박이 보장된다고 한다. 그런데 미세스 메이스 강정은 하루반 만에 1만개가 팔려나갔다.코스트코를 뚫자 다른 곳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내년에는 월마트에도 입성할 계획이다. 한국 수출도 추진 중이다.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그는 "기업 인지도를 더 높이는 일이 당면 과제"라고 했다. 강정 하면 미세스 메이스가 나올 정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LA 지사=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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