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공덕록과 참회록|박병석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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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물은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원이다.
물은 부족하면 한해를 가져오고 지나치면 수해를 끼친다.
그래서 예부터 물과 산을 다스리는 것(치산치수)은 국정의 근본이라고 했다.
스스로 중진상위권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나라 수도서울이 순식간에 수도로 변했다.
원래 천재지변이란 닥쳐오는 시기나 영향면에서 인간의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폭우가 단시간에 쏟아 붓는 집중호우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할수 있었던 것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해냈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한다.
당국자들이 행여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라는 불가항력논을 내세워 변명한다든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하는데 안주한다면 수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될것이다.
수해취재를 하다보면 사건이 벌어진뒤 늘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수마가 휩쓸고 간 현장을 시찰하는 고위당국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원인을 찾아 사전예방을 철저히하고 이재민구호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관계관에 지시한다.
그러나 재해대책관계관들로부터 그들이 취했던 여러조치들을 『좀더 빨리, 또 보다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피해를 줄일수 있었는데…』하는 반성의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대부분 『음지에서 일하는 우리들이 사명감에서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워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을 앞세운다.
이번 수재를 돌이켜보면서 『기상대는 좀더 정확한 예보를 더 빨리 할 수 없었는지』, 『홍수조절 능력을 더 높일 수는 없었는지』, 『도시계획 및 기반시설에 문제가 없었는지』하는 것들이 철저히 검토돼야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일부 침수지역 이재민들이 위문차 현장을 방문한 관계당국자에게 원성담긴 야유를 퍼분데 대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또다른 수재를 막기위해 필요한 것은 「공덕록」이 아니라 「참회록」인 것이다.
물은 수재의 원망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국민경제속으로 촉촉히 스며들어와 성장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돼야한다.
당국은 성장전략으로서의 수자원, 물의 경제학을 깊이 연구할 의무가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이재민들에게 온 국민의 따듯한 손길이 있어야겠고 풍년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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