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야? 하수처리장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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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사는 주부 최혜경(38)씨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북부 수자원 생태공원(옛 굴포천 하수처리장)을 찾는다. 최씨는 이곳에서 두 자녀와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공놀이를 한다.

지난해 초만 해도 악취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하수처리장을 복개해 악취를 없애고 분수대를 갖춘 공원과 인라인 스케이트장, 축구장, 농구장 등을 만들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부지 면적만 11만 평으로 경기도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지난해 8월 복개공사를 통해 1만5000여 평의 공원을 추가로 조성했다. 공원을 조성하면서 하수처리장 이름을 수자원 생태공원으로 바꿨다.

이 생태공원은 지난해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이 전국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평가 주민활용도 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얻었다.

◆ "여기가 하수처리장 맞나요"=복개한 하수처리장 옥상에는 초목에서 대형 수목까지 자라는 환경을 조성했고 수목 사이로 산책로를 만들어 주민이 이용하도록 했다.

인조잔디 축구장 1곳(107m×70m)과 농구장 2곳,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운동시설을 설치했으며 레크리에이션.휴식.소운동회가 가능한 잔디광장과 야외무대를 조성하고 공원 곳곳에 정자와 음수대 시설을 갖췄다. 어린이 놀이터, 원두막, 지압 보도(길이 20m)와 승용차 100여 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했다.

입구에는 길이 140m, 높이 4.6m의 국내에서 가장 긴 벽천(壁泉)폭포와 물박물관을 꾸미는 한편 토끼와 염소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사육장을 만들었으며 자전거.장난감 등을 비치해 시민과 학생들이 자주 찾도록 했다.

또 처리된 하수를 다시 활용해 부천시 상동 택지지구에 인공 강(이른바 시민의 강)을 흐르게 하는 원수로 제공하고 있다. 방류 하수는 하루 4만5000t에 달한다.

주민 강훈영(42)씨는 "혐오시설이던 하수처리장이 지역주민이 사시사철 찾아오는 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며 "주말에는 조기회 축구시합과 가족 동반 소풍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공원 관리팀 김은경 과장은 "지난 5개월 동안 3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며 "주민들이 하수처리장을 편안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개방형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 하수처리에 첨단기술 도입=하수처리에 '입상황 생물막 여과공법(황을 하수처리에 사용하는 공법)'이라는 첨단기법을 도입했다. 이 사업은 1999년 3월 시작해 2005년 6월 끝났으며 하수처리 능력은 하루 30만t 규모다. 1단계 처리능력까지 합하면 하루 처리 능력은 총 90만t에 달한다.

이 때문에 주민과 학생들의 교육.휴식.체육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물론 관련 공무원.학계.외국인 등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 위치한 북부 수자원생태공원(www.bcstp.co.kr)의 각종 시설은 무료로 개방된다. 이용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부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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