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의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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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흔히 「방치된 흉기」로 일컬어지는 정신병자의 치료와 보호책임을 국가가 맡기로 한 것은 환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시피 한 실정에 때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한 일이다.
정신 질환자는 보사 당국의 분석에서도 분명하듯이 발병요인이 출산전의 부염 등 유전이나 약물중독보다는 출산 후 외적요인에 의해 이환되는 일이 많고 폐해를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까지 끼친다는 점에서 사회질환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사회가 복잡, 다기해지고 각종 공해가 심해질수록 사회·문화적 충격에 의한 정신 질환자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특히 정신 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사회질환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일반의 통념이다.
전국의 정신 질환자 수는 약 40만명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것은 어림 숫자에 불과하고 해방 후 한번도 정신 질환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한 일조차 없었다.
더우기 이 숫자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환자를 말하는 것이고 가벼운 노이로제 증상의 환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기본실태 파악조차 안된 상태에서 정신 질환자에 대한 온전한 종합대책이 나올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국립 정신병원 등 국·공립 시설에 입원하기가 어렵고 전문의 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산골짜기에 허술한 집을 지어놓고 정신 질환자들을 수용하는 무허가 기도원이 난립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당국이 조사한 무허 기도원만도 전국 57개에 4천5백여명이 수용되었고 이들은 수용에 그칠 뿐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따라서 정신 질환자에 대한 대책은 첫째로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이것을 토대로 연차별 병상 설립계획과 의사확보, 수용시설 안에서의 치료대책이 수립되어야할 것이다.
현재 전국의 국·공·사립 정신병원과 요양소 등 수용능력은 1만2천여명분 밖에 안되고 있어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중증환자만 수용하려해도 6배가 넘는 병상이 필요하다.
인구 1만명 당 정신병 병상수가 미국이 13개, 일본이 14개인데 반해 우리 나라는 겨우 1.1개라는 점에서도 병상수 증설이 시급한 과제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 정신과 전문의만 해도 현재 4백75명에 불과해 태부족이다.
당국의 추계로는 91년도의 정신질환자 수가 45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금보다 3배 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자 문제는 당국의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한다. 보사 당국이 정신요양원과 장비구입을 위해 예산당국에 요구했던 59억원이 16억원으로 줄어든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또 정신 질환자는 재발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가 끝났다고 방치해 두었다가는 언제 또 다시 재발할지도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다.
따라서 정신 질환자에 대한 장기걱인 감시체제를 마련, 병력을 기록에 남기고 꾸준히 추이를 돌보는 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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