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년기획중산층을되살리자] 上. 흔들리는 중산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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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무직.기술직.행정직 등 '화이트 칼라'에 집중된 대량 실업 사태에 이어 신용카드 거품으로 인한 자영업 몰락이 중산층의 기반을 허물어뜨렸다는 얘기다.

'정년 단축(13%)' '높은 금리와 보증 사고(12%)' 등도 중산층 약화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해 12월 20일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화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9%포인트다.

◆ 참여정부 정책에 비판적=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세 가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교육정책이 '중산층의 사교육비 부담을 오히려 늘려 부담이 됐다'는 응답이 49%에 달했다.

반면 '중산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빈곤층 지원을 확대한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38%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중산층을 위축시켰다'고 보는 데 비해 '중산층 증대에 기여했다'는 견해는 9%에 불과했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가 우세했다. 8.31 대책 등 부동산 대책이 '집값을 안정시켜 중산층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견해는 23%였다. 반면 '공급 위축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중산층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은 45%로 두 배에 달했다. 과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값 안정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중산층이 원하는 주택의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도 '조세 형평성을 높여 중산층을 늘릴 것' 23%,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중산층을 약화시킬 것' 40%로 비판적 견해가 많았다.

참여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역점을 둔 정책에 대해서조차 국민이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중산층의 고민=조사 대상자들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위협이나 고민거리로 '물가 상승(29%)'과 '자녀 교육(22%)'을 꼽았다. 다음으로 '고용불안.실업(20%)'과 '가족 건강(19%)' 순이었다. 이는 소득 수준별로 차이가 났다.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물가 상승', 300만~400만원대 중산층은 '자녀 교육',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가족 건강'을 1위로 꼽았다. 중산층에 속하기 위해선 6억~10억원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28%로 가장 많았으나 4억~5억원도 27%, 2억~3억원이 24%로 나타났다.

◆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94년 본지 조사에 의하면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계층 비중은 71%에 달했다. 중산층 비중이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

99년 4월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외환위기 이전 61%였던 중산층 비중이 외환위기 직후 45%로 줄었다. 대신 하층이 35%에서 54%로 늘어났다.

소위 중산층의 '하향분해(下向分解)'는 그 추세가 둔화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부동산 가격 거품, 자녀 교육비 급등 등으로 중.하위층의 심리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중산층이 줄었다는 데 대해 국민 세 명 중 두 명꼴인 64%가 공감했다. '비슷하다' 21%,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중산층이 늘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 특별취재팀=경제부 정경민 차장(팀장).김종윤.허귀식.김원배.김준술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정책사회부 정철근 기자, 산업부 윤창희 기자, 사건사회부 손해용 기자, 사진부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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