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99%의 눈물 최상의 소독약|기뻐도 나오고 슬퍼도 나오는「눈물의 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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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여자농구가 중공을 이기던 날 코트의 선수도 벤치의 감독도 모두 울어버렸다. 결승전에서 미국에 지던 날도 그랬다. 「눈물은 위대한 통역관」이라는「D·H·로롄스」의 말이 생각나는 그런 장면이었다. 도대체 눈물이란 어떤 속성을 지닌 것이기에 감정의 대변자로 불리는 것인가. 가톨릭 의대 이상욱교수(성모병원 안과과장)로부터 눈물의 미학을 알아본다.
눈물은 기뻐도 나오고 분해도 나오며 슬퍼도 나온다. 눈에 티가 들어가도 나오고 찬바람을 쐬어도 흐른다. 또 선하품이나 재채기를 해도 나오는 것이 눈물이다.
과학적으로 본 눈물은 단순하다. 눈물은 양쪽 눈꼬리 위쪽에 있는 주침선에서 눈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수분(전해질액)을 분비하고 부침선에서 단백질 성분이 많은 점액을 분비하며 마이봄선에서는 유지성분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섞여 눈동자의 표면을 거쳐 코마루 양쪽에 있는 눈물주머니·비루관을 통해 코 속으로 빠져나간다. 이때 25%정도는 공기중으로 증발된다.
이러한 눈물은 최상의 소독약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한 기능을 맡고있다.
눈동자의 표면을 흐르면서 눈동자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동시에 빛이 고르게 입사될 수 있는 광학적 굴절면을 형성해준다. 또 눈물 속에 함유된 라이소자임이라는 효소는 강한 살균작용을 가지고 있어 결막낭안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막아주는 일을 한다.
이밖에도 각막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하며 눈동자에 붙어있는 먼지나 세포찌꺼기를 씻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생리적인 눈물은 연령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성인의 경우 1일(깨어있는 16시간기준)에 0.5∼1.2cc 정도이며 여자가 약간 많고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분비량이 감소된다.
눈물의 성분은 99%이상이 수분이며 이밖에 0.3∼0.7%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단백질 가운데는 라이소자임을 비롯해 면역글로부린, 트린스페린, 혈청 알부민 등이 있으며 0.9%정도의 생리식염수와 비슷한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생리적으로 조금씩 흐르는 눈물이외에 일시적으로 왈칵 쏟아지는 눈물도 있다.
이러한 눈물은 다시 자극적 눈물과 감정적 눈물로 나뉘어진다.
자극적 눈물이란 눈에 먼지나 이물이 들어가거나 결막염·각막염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양파나 마늘 등 자극적 냄새나 매운 연기·찬바람에 닿을 때 흐르는 눈물이다.
이것은 이같은 자극이 있을경우 부교감신경이 흥분되어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흐르는 것인데 정상적인 인체방어 작용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감정적 눈물이란 감정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중추신경의 흥분이 일어나 걷잡을수 없이 흐르는 눈물이다.
슬픈 감정이나 기쁜감정이 중추에 와 닿으면 부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고 이 흥분이 다시 신경말단을 자극하게 되어 눈물의 분비가 급증하게 된다.
슬플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고 기쁠때는 기쁠때대로 마음이 진정된다는 것은 꼭 눈물을 흘려서라기보다는 그사이 흥분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또 마음이 여리거나 감정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슬프거나 기쁜 감정과 전혀 관켸없이 상대방과 대화할때 눈자위에 눈물이 핑 돈다. 이것은 자신의 얘기내용에 스스로 감격하고 이 순간 부교감신경이 눈물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눈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정적 눈물은 이같이 부교감신경의 흥분에서 비롯되지만 비분강개했을 때 흐르는 남성의 눈물은 앞의 것과는 달리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인해 나온다. 그래서 남성의 눈물이 더 뜨겁다고도 하며 패배의 눈물로 비유되기도 한다.
눈물의 종류에 따라서 눈물의 성분에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슬픔의 눈물은 등 부교감신경에 의한 눈물은 교감신경성 눈물이나 생리적 눈물에 비해 칼륨이온은 많아지고 나트륨과 염소성분은 줄어든다. 즉 감정에 북받쳐 흐르는 눈물은 보통의 눈물보다는 싱거운 맛을 지니다.
어떻든 눈물이야말로 눈을 보호해주는 동시에 감정의 대변자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한몫을 한다고 하겠다. 눈이 마음의 거울이라면 눈물은 감정의 거울인 셈이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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