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이 본 2006년 북한 정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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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는 북.미 간 입장 차이로 내년에도 해결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도 내년 3월 안에 개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는 형식의 남북 정상회담 역시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 조절 요구 등에 따라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원장 박영규)은 28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06년도 정세 전망' 보고서를 냈다.

◆ 북핵 문제=통일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의 '선 핵폐기'를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선 경수로 지원'과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 중지를 요구함으로써 내년에도 북핵 문제 해결은 용이하지 않으며 '핵 게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통해 핵위기를 고조시킬 경우 미국의 대북 무력시위 등 강경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인권문제 제기 등 압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자체를 파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김정일 서울 답방=통일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답방 선결조건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미국의 신변안전 보장▶남한의 대폭적인 대북 경제지원▶반(反)김정일 데모 봉쇄 등을 꼽았다. 그러나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 조절 요구, 남한 내 반김정일 정서와 대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따라 김 위원장의 답방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핵 문제가 급진전을 이루거나 북한이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원할 경우 남한이 아닌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 김정일 후계=부자 세습, 전문관료 승계, 군부 등장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며 2007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후계자는 세습 쪽이 아니라면 ▶김일성 및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군사분야 경험▶경제분야의 전문성 등을 골고루 갖춘 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남북 관계=남북 당국 간 대화는 북핵 문제 등 부정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5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한은 회담이 재개되면 연방제 관철,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은 중국의 대북 지원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될 것이며, 북한은 금강산 관광 확대는 물론 백두산.칠보산.개성 관광도 실시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남한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북한은 남한 진보단체와의 연계와 민간단체의 대북 경제지원을 강화해온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것이나 민간단체의 무분별한 대북 진입을 통제하기 위해 창구를 재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수석.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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