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2'에 한국계 배우 눈길 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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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봉한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 한국계 배우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 시스템 안에 침투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는 키메이커 역의 랜달 덕 김(59.사진)이다. 그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가 모는 오토바이에 타고 요원들의 추적을 피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키메이커가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디지털 세계의 총화라 할 수 있는 매트릭스 시스템의 안내자 격인 그가 뜻밖에도 열쇠수리공이라는 점 때문이다.

수많은 열쇠들이 걸려 있는 어두운 방에서 열쇠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 아날로그식 설정에서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장난기가 다분히 느껴진다. 둘째, 능수능란한 액션을 보여주는 훤칠한 배우들과 대조적인 그의 외모(안경 쓴 단신의 동양인) 때문이다.

랜달 덕 김은 정확히 말하면 한국과 중국의 피가 반반씩 섞인 배우다. 하와이 태생으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한 지 벌써 40년이 되는 베테랑이다.

열여덟살 때 연극 '맥베스'로 데뷔해 주로 셰익스피어 등 고전극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4년부터 스크린과 TV로 진출하기 시작해 '리플레이스먼트 킬러''애나 앤드 킹' 등에 얼굴을 내밀었다.

"99년 개봉한 '매트릭스'를 보고 액션과 철학이 빚어내는 심오한 세계에 홀딱 반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그는 2편인 '리로디드'출연 요청이 왔을 때 두말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몇몇 장면은 그가 간청해 대역 없이 와이어(피아노줄) 액션 연기를 직접 하기도 했다. 특히 고속도로 장면에서 헬맷도 쓰지 않은 채 촬영을 감행하는 열의를 보여 제작진의 감탄을 자아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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