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규제" 말만나면 한국이 표적 (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런던=이제혁특파원】지난달 중순 브뤼셀 본부에서 열린 유럽공동시장(EEC) 집행 위원회는 전자(쿼츠) 시계의 수입을 규제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열띤 찬반토론을 벌였다.
결국 영국·서독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벨기에가돌아서 가결표를 채움으로써 규제안은 채택됐다.
그러나 실재 규제하겠다는 나라는 이 문제를 제기한 프랑스 한나라이고 다른 나라들은 프랑스에 대해 규제를 승인해준 것에 불과하다.
쿼츠시계의 수입규제는 한국·홍콩·일본·대만 4개국을 겨냥해서 프랑스가·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분명히 자유무역주의를 기본으로 하고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정신에 위배되는데도 선진국 그룹인 EEC에서 그러한 보호무역장치를 수시로 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EEC에서 한국의 수출상품을 대상으로 취하고있는 수입규제를 보면 공동규제로 △ 전섬유류(쿼터) △ 철강제품(자율규제 및 최저 가격제) △ 양송이통조림(수량규제) 등이고 각국별로는 △ 프랑스가 라디오 TV완구류 우산 견제품 타일유 전자부품 시계류 정밀기계 스톤웨어 △ 영국이 흑백 TV 금속제양식기 스톤웨어 △ 서독 덴마크 베넬툭스가 금속제양식기 △ 이탈리아가 생사 견직물 등에 대해 자율규제, 또는 쿼터방식으로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영·서독·불 등 서구 10개국으로 구성된 구주 공동시장은 미국보다도 더 큰 세계 최대시장이다.
작년도 무역규모는 수입 5천4백80억달러에 수출 5천 1백60억달러. 이 가운데 52%가 EEC역내 회원국간의 교역이다.
한국의 대 EEC수출은 작년 총 30억3천6백만달러(실적)에 이어 올해는 35억달러의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EEC의 수입을 기준해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작년현재 0.42%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3%나 되고 홍콩도 0.7%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대 EEC 수출은 작년에 1백80억달러로 약1백5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대만도 12억달러의 대 EEC흑자다. 우리나라는 약 9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EEC에서 또는 국가별로 수입규제 얘기가 나올때마다 한국이 하나의 타기트로 등장하고 있는 묘한 입장이다.
유럽조선 업계가 예민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겨울 우리나라 굴지의 조선사장이 와서 『조선은 이제 한국한테 넘겨야된다』고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가 매스컴과 업계로부터 집중반격을 당한 사례는 우리가 얼마나 외국의 현지사정을 재대로 이해못하고 있고 전략이 미숙한가를 나타낸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국가별로 수츨 목표액은 영국 11억5천만달러, 서독 9억달러, 네델란드 4억5천만 달러, 프랑스 3억8천만 달러등.
그러나 문제는 하반기이후부터다.
올해의 목표 달성에는 선박 등 이미 과거에 주문 받은 품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묵과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목표의 50%가 선박이다.
앞으로 대유럽 수출의 가장 큰 적신호는 높은 실업률에 따른 수입규제의 강화외에 미국달러화의 상승 및 유럽통화의 약세다.
우리나라는 거의 전부를 미국달러화 표시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대유럽 수출은 어려워지는 것이다.
미국시장과는 음과양의 관계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은 같은 약세통화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위에 거리가 짧아 빨리 인도할 수 있는 장점으로 한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더 확보해 가고있다.
특히 신발류의 경우는 한국전이 가격 경쟁면에서 스페인·이탈리아에 완전히 뒤지고 있다.
일부 섬유류에서도 그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대우 런던지사와 브뤄셀 무역관에 따르면 국산 가죽신발류는 이탈리아 제품에 비해 15%이상 비싼 실정이다.
현재 EEC가 추진하고 있는 것 중 주목할 것은 새로운 무역규제장치, 즉 불공정거래규정 또는 무역 방어법(TDM)이란 것이다.
TDM은 EEC회원국간의 공업규격이 통일되는데 대비해서 정부보조 등 불공정거래의 혐의를 띠고 들어오는 품목은 여기에 걸어서 막아보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수출환경의 악화에 맞서 EEC시장 점유를 넓혀가는 길은 수출업계가 사전시장 조사를 철저히 한 뒤 지혜롭게 접근하고 성의있는 마케팅 활동을 벌여나가는 것이다.
특히 대유럽 수출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소량주문에 불성실하다는 것이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상품수요가 다양하고 소량인 경우가 많으며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은 소량주문 외면하거나 신용을 안지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들이다.
또 이른바 소나기 수출을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소나기 수출을 하면 틀림없이 규제의 덫에 걸리게 마련이다.
결국 주고 받는 것이 무역이라는 의미에서 한번 되새겨 볼만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